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14일 ‘영문 PCR 확인서 보건소 발급’과 ‘모든 은행 모바일 OTP 의무화’ 공약을 담은 59초짜리 ‘쇼츠(shorts)’ 영상을 공개했다. 새해 들어 내보내기 시작한 쇼츠 영상 7·8편이다. 영상은 이준석 당대표와 원희룡 정책본부장이 일상에서 겪는 불편함을 해소할 정책을 이야기하면 윤 후보가 “좋아 빠르게 가”라고 외치는 장면으로 끝난다. 윤 후보 측이 첫 쇼츠 영상으로 내놓은 ‘전기차 충전요금 5년간 동결’ 편은 조회 수가 100만을 넘었다.
윤 후보가 새해 들어 쇼츠 영상을 내놓자 국민의힘에선 “윤 후보가 제안한 캠페인 프로그램은 아닐 것”이란 말이 나왔다. 쇼츠는 1분이 채 안 되는 영상에 ‘기승전결’ 스토리를 모두 담아야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라떼는(나 때는)’을 연상시키는 장년층 접근법에선 나올 수 없는 아이템”이라며 “윤 후보가 선대본부를 실무형으로 개편한 후 젊은 참모들 의견이 반영된 결과”라고 했다.
실제로 윤 후보가 최근 내놓는 쇼츠 영상이나 페이스북 단문 메시지 공약은 선대본부 청년보좌역들이 주도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달 초부터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7일) ‘병사 봉급 월 200만원’(9일) ‘비과학적 방역패스 철회’(11일) ‘주적은 북한’(14일) 같은 10자(字) 이내 공약이나 메시지를 내고 있다. 윤 후보 외모와 목소리를 동영상 형태로 구현한 ‘AI 윤석열’이 내는 메시지도 청년보좌역들 작품이라고 한다.
지난달 21일 공개 모집을 통해 선발된 청년보좌역 40여 명은 현재 선대본부 산하 정책본부, 청년본부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청년보좌역들은 국회의원 비서 출신부터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박물관 학예사, 종묘제례악 전수자 등 다양한 이력을 갖고 있다. 선발 초기 당내에선 “결국 선거 캠페인의 액세서리에 그칠 것”이란 말이 나왔다. 하지만 새해 들어 윤 후보가 선대위를 해체하고 슬림 선대본부로 개편하면서 이들에게 활동 공간이 열렸다.
윤 후보가 지난 12일 쇼츠 영상으로 발표한 ‘실내체육시설 이용료 소득공제’ 공약은 현역 프로 복서인 김성헌(32) 청년보좌역이 낸 아이디어라고 한다. 김씨는 “같은 공약을 선거대책본부가 개편되기 전에도 냈는데, 그때는 선대위 지휘부에서 아무 반응이 없었다”고 했다. 쇼츠 영상 제작을 맡은 김동욱(31) 청년보좌역은 “영상을 촬영할 때 이준석 대표에게는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 대표를 지칭하는 ‘개준스기’를 본인 입으로 말해달라’고 했는데 선뜻 응해줬다”고 했다.
AI 윤석열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를 구사하면서 이와 어울리지 않는 애드리브성 답변을 내놓는 영상도 2030세대 참모들 작품이다. AI 윤석열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지난 13일 ‘더 나쁜 변화=윤석열’이라고 쓴 페이스북 글을 겨냥해 “이땡땡(이 후보 지칭)님, 글 잘 봤습니다. 많이 초조해 보이십니다”라고 했다.
청년보좌역은 후보 현장 일정에도 관여하고 있다. 박민영(29) 청년보좌역은 “윤 후보가 지난 12일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 경기장을 방문했을 때 ‘괜히 게임에 대해 잘 아는 척하거나 선수들과 친한 척하면 2030세대의 반감만 사게 된다’는 등의 유의 사항을 후보에게 직접 문자메시지로 보냈다”고 했다. 김서령(34) 청년보좌역은 “윤 후보가 14일 경남 방문 일정에서 무료 예식 봉사를 하는 노부부를 만난 것도 청년보좌역 회의에서 나온 제안이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일부 청년보좌역은 윤 후보에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한 청년보좌역은 “윤 후보가 일부 불편해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청년보좌역도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다른 청년보좌역은 “2030 남성이 많이 찾는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 여론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