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캠페인 중단을 선언한 정의당 심상정 대통령 후보는 14일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장고(長考)를 이어갔다. 심 후보는 이날 집에서 여영국 당대표와 만나 “진보 정치 소명 의식을 저버리지 않겠다”면서도 숙고 시간을 더 갖겠다는 뜻을 전했다. 심 후보를 만난 여 대표는 “심 후보가 후보직을 사퇴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심 후보는 16일쯤 캠페인 재개 여부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여 대표는 이날 경기 고양시 심 후보의 자택을 찾아 1시간30 동안 심 후보와 만났다. 여 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심 후보가) 진보 정치 20년의 세월 중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는데 진보 정치 한길을 걸어온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소명을 분명히 갖고자 한다는 말씀을 주셨다”고 전했다. 여 대표는 “이를 볼 때 후보 사퇴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며 “후보는 남 탓보다도 우리가 무엇을 잘못 판단했고 무엇을 성찰해야 하는지에 집중해 고민하고 계신다”고 했다. 심 후보가 공개 활동에 다시 나설 시점에 대해서는 “이번 주말을 넘기지 않는 것으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정의당에선 심 후보 지지율 부진 등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장혜영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강력한 양강 구도 상황에서 정의당이 한국 정치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시민들께 충분히 (설명)드리지 못한 것 같다”며 “(심 후보에게) 마이크 자체가 오지 않는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강 구도가 공고해 정의당이 소외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 정의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거대 양당 탓을 하는 게 이번 대선에서도 반복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다른 정의당 관계자는 “당장 집권하지는 못하더라도 진보 의제를 주도해 현실화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당원들에게 효능감을 줘야 하는데 지금은 그러질 못하고 있다”고 했다. 과거 정의당이 먼저 주장해 현실화한 대형마트 의무휴일제, 병사 월급 인상 같은 의제를 이번엔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15일 대표단, 의원단, 광역시·도위원장이 모여 비상연석회의를 열고 쇄신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마련한 쇄신안을 심 후보에게 전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