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조선DB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는 18일 MBC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 아내 김건희씨 통화 녹음 파일을 방송한 데 대해 “선택적 공익”이라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이날 중부일보에 기고한 칼럼에서 “MBC가 아니어도 녹취록 방송은 다른 매체들에 의해 이루어질 텐데 왜 굳이 공영방송이 ‘두 개로 쪼개진’ 공론장의 한복판에 사실상 어느 한 쪽을 편드는 역할로 뛰어들어야 하느냐”며 “이게 6년 전 MBC 기자들이 그토록 울부짖었던 방송 민주화인가”라고 했다.

강 교수는 “방송민주화는 진보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다. 보수는 반드시 이겨야 하거나 청산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MBC는 편들기가 아니라 방송의 공익적 가치를 높게 평가했을 수도 있지만, 공익적 가치가 매우 높은 ‘대장동 사태’에 대해선 그런 열의를 보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조국 사태에서도 어느 한쪽의 공익만 보았지 생각을 달리하는 쪽이 말하는 공익은 외면했던 것 같다”며 “이른바 ‘선택적 공익’은 피해야 하는 게 아닐까”라고 했다.

강 교수는 유튜브 매체 ‘서울의 소리’ 직원 이명수씨가 김건희씨와 통화하며 녹음한 파일을 MBC가 건네받아 보도한 것에 대해 “유튜브에 압도당하는 지상파 방송의 몰락을 시사하는 상징적 사건인가”라고 했다. 또 “MBC가 지상파의 자존심을 버리고 작은 유튜브 채널의 ‘하청’ 역할을 맡았다”고 했다.

김건희씨가 MBC를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사건을 법원이 일부만 인용한 것에 대해 “‘사전 억제’는 언론 자유를 해칠 수 있으므로 법원이 가급적 언론의 손을 들어주는 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그건 언론사 자체 취재 기사일 경우”라고 했다. 그러면서 “MBC는 사실상 편집과 배포의 역할만 맡았을 뿐 알맹이인 녹취록은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로부터 건네받은 것”이라고 했다.

강 교수는 “나는 ‘김건희 녹취록’ 논란은 김건희와 윤석열의 자업자득이라고 보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엔 관심이 없다”며 “내가 관심을 갖는 건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라고 했다. 그는 “MBC가 현재 살벌한 양상으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 화합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본분에 충실해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