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코로나 방역지원금 300만원을 지급하는 1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공식화하자, 여야는 18일 “손실 보상 최대 1000만원” 등을 주장하며 판을 키웠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대선이 무슨 ‘묻고 더블로’ 가는 포커판이냐”며 “누가 되든 정권 출범도 전에 실패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1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 신년 인사회’에서 “(14조원은) 정말 너무 적다. 대규모 국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여야 대통령 후보들이 증액에 동의하면 50조원에 못 미치더라도 그에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전날 기자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아이디어 차원에서 손실 보상 1000만원을 언급하기도 했다. 손실 보상 대상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약 320만명임을 감안할 때 1000만원씩 지급하면 32조원이 든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도 이날 소상공인연합회 행사에서 “(손실 보상은) 1차로 50조원이 필요하다. 민주당도 이에 적극 협조해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며 “300만원은 한 달 임차료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같은 당 김기현 원내대표도 “찔끔찔끔하면서 속 태우지 말고 확실한 손실 보상을 해야 할 것”이라며 “손실 보상을 최대 1000만원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손실 보상률을 현행 80%에서 100%로 올리고, 손실 보상 하한액을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릴 것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전날 정치권의 이런 증액 요구에 “정부 입장이 존중되기를 기대한다”라며 사실상 반대 뜻을 밝혔다. 예산안 증액은 여야가 합의하더라도 정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현행법상 처리할 수 없다.
여야는 경쟁적으로 추경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이 지난 17일 아이디어 차원에서 “손실 보상 1000만원”을 거론하자,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18일 “확실한 보상”을 언급하며 최대 1000만원을 주장했다. 그러나 예산 증액은 정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 임기를 마치는 문재인 정부에서 일부 증액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정치권이 주장한다고 수십조원 적자 추경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여야 내부에서도 모두 “현실성 없는 쇼”라는 평가가 나왔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소상공인 지원은 한참 전부터 필요하다고 말해온 건데 작년 본예산 때는 제대로 논의하지 않다가 대선을 앞두고 추경에 집어넣으려고 하는 것부터가 잘못됐다”고 했다.
여야가 사실상 ‘묻지 마’식 자영업자 공약을 던지는 이유는 대선 승리를 위해선 반드시 표심을 잡아야 하는 계층이기 때문이다. 실제 민주화 이후 역대 7차례 대선에선 자영업자층에서 패한 후보가 최종 승자가 된 적이 한 번도 없다. 선거에선 경제와 관련한 미래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중요한데, 경기 흐름에 가장 민감한 자영업자가 여론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실제 여론조사 회사 한국갤럽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 지지율은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53.5%) 후보가 이회창(30.9%) 후보를 앞섰고, 2012년 대선도 박근혜(53.0%) 후보가 문재인(42.9%) 후보보다 높았다.
이재명·윤석열 후보는 자영업자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갤럽이 지난 13일 발표한 1월 둘째 주 정례 조사에서 이 후보는 자영업자에게 43%, 윤 후보는 30% 지지를 받았다. 전체적으로 이 후보의 지지율이 37%, 윤 후보 31%였음을 감안하면, 자영업자 계층의 격차가 결정적 차이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갤럽의 지난해 11월 셋째 주 조사에선 윤 후보가 자영업자 계층에서 45%, 이 후보가 27%의 지지를 받았고, 전체 지지율에서도 윤(34%) 후보가 이(27%) 후보를 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