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1월 24일 청와대에서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조 상임위원은 오는 24일 임기 만료 예정이었지만, 문 대통령이 사의를 반려하면서 비상임위원으로 전환해 선관위원직을 3년 더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연합뉴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후보 캠프 특보를 지낸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이 24일 임기 만료 이후에도 비상임으로 선관위원직을 유지하게 되면서 “3월 대선은 야당 추천 선관위원이 없는 ‘친여 선관위원’들이 심판을 보는 가운데 치러지게 됐다”는 말이 나온다. 현재 중앙선관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3명,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 3명과 국회가 추천한 2명(여당 추천 1인, 여야 합의 추천 1인) 등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정원은 9명이지만 국민의힘이 추천한 문상부 후보자 선출을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해 1명은 공석인 상태다. 야당은 물론 중앙선관위 내부에서도 “야당 추천 중앙선관위원이 없는 상태에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른 적이 없다”며 중립성 시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야당과 선관위 일각에서 이런 지적이 나오는 까닭은 조 상임위원은 두 차례나 문 대통령이 사의를 반려하며 선관위원직을 3년 더 이어가도록 한 반면, 야당 추천 몫인 문상부 후보자 선출은 민주당이 막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문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지난달 끝났지만, 민주당은 선출안 본회의 상정을 거부하고 있다. 민주당은 문 후보자가 작년 8월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한 전력을 문제 삼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이 어깃장을 놓고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민주당이 지난 2014년 추천해 임명된 이상환 전 선관위원은 민주당 당직자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 청와대 비서관도 지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은 문 후보자가 임명되면 전문성 때문에 선거 관리 업무에서 장악력을 발휘할까 견제하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 문 후보자는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을 거쳐 현 조해주 상임위원이 임명되기 직전까지 상임위원(2015~2018년)을 지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구성

현재 중앙선관위원 8명 중 여야 합의 추천으로 선출된 조병현 위원 정도가 중립 성향으로 분류된다. 위원 호선(互選)으로 선출된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대법관)은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여당 추천 조성대 위원은 참여연대 출신으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원순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히며 “만세”라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일이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정희 위원장은 우리법연구회 출신, 조해주·이승택·정은숙 위원은 문 대통령이 임명, 김창보·박순영 위원은 거짓말쟁이이자 청와대 하수인을 자처하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명했다”며 “선관위원 8명 중 7명이 친여 성향으로 문재인 정권이 완전 장악한 상황”이라고 했다.

조해주 상임위원이 3년 더 선관위원직을 유지하게 된 것도 국민의힘 반발을 키웠다. 조 위원은 지난 18일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 집무실을 정리했다고 한다. 그런데 조 위원은 인사차 찾아온 중앙선관위 간부들에게 상임위원직은 물러나지만, 이후에도 선관위원직을 3년간 더 유지하게 됐다고 알렸다고 한다. 선관위원회법 시행 규칙에서 상임위원 임기를 3년으로 규정한 1999년 10월 이후로 임기 만료에도 사퇴하지 않고 선관위원직을 유지한 전례는 없다고 한다.

후임 상임위원에는 문 대통령이 임명한 이승택·정은숙 위원이 물망에 올라 있다. 중앙선관위 간부 출신 인사는 “조해주 위원이 비상근으로 가더라도 새로 임명될 상임위원보다 업무를 더 잘 알기 때문에 사실상 대선, 지방선거, 총선 관리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공산이 크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야당 추천 몫 선관위원 없이 치러진 선거에서 만약 여당이 승리하게 된다면 선거 결과에 대한 불공정 시비가 거세게 제기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 15~16일 조선일보·TV조선이 칸타코리아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대선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관리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53.1%는 ‘아니요’라고 답했다. ‘예’는 36.7%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