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이 21일 선관위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려 “선관위원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조 상임위원은 자신의 ‘임기 꼼수 연장’ 논란과 관련해 본지 인터뷰에서 “공정은 제가 35년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실천해 온 최고의 가치이자 앞으로도 지켜야 할 유일한 덕목”이라고 답하며 선관위원직을 계속 유지할 뜻을 밝혔다. 그러다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꿔 선관위원직에서 물러나기로 한 것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조 상임위원은 이날 오전 선관위 내부 게시판에 ‘후배들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을 글을 올려 “오늘 저는 임명권자에게 다시 위원 사직서를 제출했다”면서 “이것으로 저와 관련된 모든 상황이 종료되기 바란다”고 했다.
앞서 조 상임위원은 오는 24일인 상임 선관위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사의를 표했으나,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반려했다. 이에 따라 조 상임위원이 상임위원에서 비상임 위원으로 전환해 3년 더 선관위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이에 야당에서는 “청와대가 친여 인사의 임기를 연장시키는 꼼수로 이번 대선과 올 6월 지방선거를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상임위원이 임기 만료에도 선관위에서 물러나지 않고, 비상임 위원으로 선관위원직을 더 유지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 이에 선관위 내부에서도 “선관위 신뢰를 깎아내리는 행태”라며 비판적 여론이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상임위원이 이날 다시 사의를 밝힌 것도 임기 연장과 관련 선관위 내부 여론이 싸늘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조 위원은 2019년 1월 임명 당시부터 문재인 대선 캠프 특보 출신 이력 등으로 정치 편향 시비가 제기됐다. 야당에선 조 위원이 임명된 뒤에도 “조 위원이 알게 모르게 여권에 유리하게 선거 관리를 할 것”이라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실제로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선관위는 더불어민주당을 연상시키는 파란색의 택시 래핑 광고를 제작해 논란이 일었다. 선관위는 TBS의 ‘일(1)합시다’ 캠페인은 문제 삼지 않았지만, ‘보궐선거 왜 하죠?’ ‘내로남불’ ‘우리는 성 평등에 투표한다’ 등의 문구는 못 쓰게 했다. 선관위는 투표 당일에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세금 과다 납부를 투표장에 공개 게시토록 결정해 논란을 불렀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선관위를 방문해 “오 후보가 마치 세금을 안 낸 것처럼 낙선 운동을 한 것과 다름없다”며 항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