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원 꼼수 연임’ 논란에 휩싸인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이 21일 연임을 고집하다 ‘사퇴하겠다’고 돌아선 것은 전날인 20일 중앙선관위 실·국장단, 과장단, 사무관단 일동의 사퇴 요구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뿐 아니라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선관위 지도부도 조 상임위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2900명의 선관위 전 직원들이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조 상임위원의 선관위직 연임 문제에 항의하는 선관위 60년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중앙선관위 실·국장단, 과장단, 사무관단은 공동 명의로 지난 20일 ‘상임위원님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으로 조 상임위원의 용퇴를 촉구했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해당 서한을 보면, 중앙선관위 실국장·과장·사무관단 일동은 조 상임위원에게 “그간의 관례를 잘 지켜나갈 수 있게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간곡히 올린다”며 퇴임을 요청했다. 선관위 관례에 따르면, 상임위원은 임기 3년을 마치면, 바로 퇴임해야 한다. 그런데 조 상임위원은 최근 임기 만료에 따른 사직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출했지만 문 대통령은 이를 반려해, 조 상임위원이 비상임 일반위원으로 전환해 3년의 임기를 더 하도록 했다. 그간 지켜온 관례를 깨면서 조 상임위원을 연임시킨 것이다. 조 상임위원은 문재인 대선 캠프 특보 출신으로 임명 당시부터 정치 편향, 선거관리 불공정 논란을 불렀다
이들은 또 사퇴 촉구문에서 “선거관리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 우려된다”면서 “위원님은 위원회에 부담 주는 상황에서 임기를 시작했고, 재임 중 위원회가 편향적이라는 비난을 받은 것에 대해 후배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은 위원님의 임기만료가 지속되는 선거부정 의혹과 편향적이라는 억지 비난의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했다”면서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그 기회를 놓친다면, 양대 선거 과정과 결과에 대한 외부의 비난과 불복은 지속될 것이다. 그에 따라 부하 직원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까 우려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후배들을 믿고 맡겨달라”며 조 상임위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뿐 아니라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선관위 지도부도 조 상임위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사퇴 촉구문을 지난 19일 연가를 내고 칩거하는 조 상임위원의 자택에 직접 찾아가 전달하려고 했지만, 조 상임위원이 이를 거부해 그의 비서관을 통해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선관위 간부는 “1963년 선관위가 설립된 이래 선관위 전 직원이 상임위원의 사퇴를 촉구한 것은 유례가 없는 초유의 사태”라면서 “정치권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봐야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