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대법관)은 26일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구성과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위원장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노 위원장은 이날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란 제목의 입장문에서 이 같이 말하며 “이번 일을 통하여 국민 여러분의 공정한 선거에 대한 염원과 선거관리위원회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대한 기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했다.
노 위원장은 “선거관리위원회는 위원장과 위원 및 직원을 막론하고 구성원들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위원회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키고 오로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정한 선거관리라는 헌법적 책무를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에 관한 다양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상임위원을 전제로 하는 임명권 행사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위원을 위원회에서 상임위원으로 호선하는 관례는 선거관리위원회의 독립성을 위하여 존중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사퇴한 조해주 전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의 후임을 기존 비상임 일반 선관위원 가운데 호선(互選)하는 방식으로 뽑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노 위원장이 최근 ‘관례를 따라야한다’는 전국 17개 시·도 선관위 간부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은 상임위원을 전제로한 선관위원 후보자를 새로 찾아야하는 상황이 됐다. 이후 이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관문을 거쳐야 하며, 통과해 선관위원이 되면 중앙선관위 위원간 호선을 통해 최종적으로 상임위원이 된다. 이와 함께 현재 공석인 야당 추천 몫 선관위원 인선과 인사청문회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노 위원장은 “선거관리위원회는 얼마 남지 않은 양대 선거도 흔들림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정확하게 관리함으로써 국민들의 기대와 염원에 부응할 것”이라며 “참여와 공정, 화합으로 아름다운 선거,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국민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최근 선관위는 조해주 전 상임위원의 정치 편향 및 임기 문제 등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했던 조 전 상임위원이 임기 만료에 따라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이를 반려하고 그를 비상임 선관위원으로 전환해 3년 더 선관위원으로 연임시키려 했다. 상임위원은 임기 3년이 차면 물러나는 것이 1999년 상임위원의 임기를 6년에서 3년으로 규정한 이후부터 예외없이 지켜져온 선관위의 관례였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대선이 임박했다는 이유로 이러한 관례를 깨고 조 전 위원을 연임시키려하자 중앙선관위 1~9급 공무원과 전국 17개 광역 선관위 지도부들이 지난 20일 일제히 “선관위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켜달라”며 이례적으로 한 목소리를 내자 결국 조 전 위원은 지난 21일 다시 사표를 냈다. 이에 문 대통령이 중동 순방 중에 사나흘 전 돌려보냈던 조 전 위원의 사직서를 다시 받게됐고, 이를 결국 수용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지난 24일 선대본 회의에서 “2900명 선관위 공무원 전원의 단체 저항에 결국 백기를 들고 (조 전 위원의 임기 연장이) 무산됐다”며 “정권 연장에만 혈안이 된 문재인 대통령이 공정한 대선 관리를 포기하고 ‘조해주 알박기’를 통해 또다시 관권(官權) 선거를 획책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즉식 중립 내각을 구성해야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