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26일 “최근 중앙선관위 구성과 관련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려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조해주 전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이 임기 만료에도 관례를 깨고 비상임 위원으로 임기를 연장하려다 선관위 직원 집단 반발에 부딪혀 사퇴한 지 5일 만에 유감의 뜻을 나타낸 것이다.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 참배을 참배한 뒤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은 방명록에 "헌법적 책무와 시대적 사명을 다하여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는 선거관리위원회가 되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2022.1.4/연합뉴스

노 위원장은 이날 대국민 입장문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번 일을 통해 국민 여러분의 공정한 선거에 대한 염원, 선관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대한 기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임위원을 전제로 하는 임명권 행사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위원을 위원회에서 상임위원으로 호선(互選)하는 관례는 선관위 독립성을 위해 존중돼야 한다”고 했다.

노 위원장의 이런 입장은 새 상임위원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이승택·정은숙 비상임 선관위원 중 1명을 임명해선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조 전 상임위원 사퇴 후 선관위 주변에선 현 여권 세력이 이·정 위원 중 1명을 호선 형식을 통해 상임위원으로 ‘꼼수’ 임명하길 원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대통령이 상임위원으로 염두에 둔 새 선관위원을 임명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선관위에서 호선하는 관례를 따라야 한다는 게 노 위원장 생각이란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상임위원은 선관위법상 선관위원 호선으로 선출하지만 관례상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해왔다”며 “다만 상임위원 후보자에 대해선 더 엄격한 인사청문회가 이뤄지는 만큼 관례대로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현직 대법관인 노 위원장은 법원 내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전임 권순일 위원장 후임으로 내정했다. 그런 노 위원장이 후임 상임위원 인사와 관련해 ‘관례’를 거론하고 나온 것은 전례 없는 선관위 직원 집단 반발을 부른 ‘조해주 사태’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조 전 상임위원 연임 시도에 중앙선관위 1~9급 직원과 전국 17개 시·도 선관위 간부들은 집단적으로 사퇴를 요구하는 한편 노 위원장에게 “선관위 공정성을 위해 관례를 지켜 달라”고 요청했다. 노 위원장은 이날 “선관위는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키고 공정한 선거 관리라는 헌법적 책무를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