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여 성향 역사학자 전우용씨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욕설 논란을 옹호하며 “자기 부인과 자식들을 모두 죽인 계백을 패륜범으로 매도하는 사람은 없다”라고 했다. 이 후보가 친형의 시정개입을 차단하는 과정에서 욕설을 했음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씨는 26일 이 후보 홍보 플랫폼 앱 ‘이재명 플러스’에 <대의멸친의 도덕성과 이재명>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이같이 주장했다.
전씨는 “옛날 옛적, 어떤 남자가 칼로 자기 부인과 자식들을 모두 죽였다. 천륜(天倫)으로 맺어진 관계가 가족이니, 이보다 더한 패륜은 없다”라며 “하지만 한걸음 물러나 전후 맥락까지 살펴보면 이 ‘사건’의 의미와 성격이 달라진다. ‘어떤 남자’는 계백이다. 그는 신라-당나라 연합군에 맞서 싸우러 나가기 전에, 자기가 이길 수 없으리라 예상하고 이 ‘사건’을 저질렀다. 오늘날 이 행위가 마땅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으나, 그래도 그를 ‘패륜범’으로 매도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그의 이 행위는 오랜 세월동안 ‘대의멸친(大義滅親)’의 모범으로 인정되었다”라고 했다.
전씨는 “‘대의멸친’이란 유교 경전 중 하나인 ‘춘추좌씨전’에 나오는 말로 ‘대의를 위해 육친(肉親)의 정(情)을 버린다’ 는 뜻이다. 자기 가족이 고난을 겪으리라는 걸 잘 알면서도 국외로 망명하거나 의거를 행한 독립운동가들도 세속의 시선으로 보면 ‘패륜아’일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그런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을 기초로 건립된 나라다”라며 “500년 가까운 조선왕조 역사에서 불가사의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사도세자의 죽음’이다. 하나밖에 없는 자기 자식을 뒤주에 가둬 굶어죽게 만든 것은 민가에서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다. 사건의 전후 맥락을 살피지 않으면, 이 행위 역시 패륜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영조는 패륜적이거나 정신이 혼미한 군주가 아니었다. 그는 탕평(蕩平)으로 당파싸움의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노력했고, 균역(均役)으로 백성들의 군포(軍布) 부담을 덜어주었으며, 준천(濬川)으로 서울을 수해 걱정 없는 도시로 만들었다”라며 “그는 자기 아들에게는 모질었지만, 가난한 백성들에게는 자애로웠다. 정치적으로 큰 업적을 남겼고 인격적으로도 훌륭했던 영조가 천륜을 거스른 것도 ‘대의멸친’이었다. 그에게는 자기 아들보다 백성들의 안위(安危)가 더 중요했다”라고 했다.
전씨는 “영조와 대비되는 조선시대 군주가 연산군이다. 즉위 후 그는 자기 어머니의 원수를 갚겠다는 사사로운 복수심으로 수많은 선비를 고문해 죽였다”라며 " 조선왕조실록에는 연산군이 ‘무당굿’을 좋아했으며, 스스로 무당이 되어 악기를 두드리고 노래하면서 죽은 폐비가 들러붙은 형상을 하곤 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자기 어머니에 대한 ‘사사로운 의리’만 중시하고 왕으로서 ‘공적인 책무’는 방기했으며 수많은 사람을 참혹하고 억울한 죽음으로 몰아갔으니, 그가 공동체가 함께 추구해야 할 ‘선(善)한 가치’를 외면하고 무속(巫俗)에 빠져든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는 결국 우리 역사상 최악의 폭군으로 기록되었다”라고 했다.
전씨는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 시정에 개입하려는 형의 요구를 거절한 탓에 그와 심각한 불화를 겪었다. 어머니에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은 형에게 항변하는 과정에서, 그 욕설을 그대로 입에 담은 대목이 녹음되어 세상에 퍼졌다”라며 “엊그제 성남시 유세 중 그는 그 녹음이 공개되면 평생 망신스러울 것 같아서 잠깐이나마 형의 요구를 들어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자기가 망신당하고 평생 이 일로 고통 받더라도, 친인척의 시정 개입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결론내리고 그대로 처신했다. 이 일의 전후 맥락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욕설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그를 비난하지만, 그의 처신이야말로 모든 공직자의 모범”이라고 했다.
전씨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연산군에 비유하며 “한국인이라면, 초등학생도 ‘연산군 시대가 좋은 시대였나, 영조 시대가 좋은 시대였나?’ 라는 질문의 정답을 안다”면서 “대의멸친, 멸사봉공, 선공후사의 정신을 몸소 실천해 온 사람이 이재명이다. 그를 ‘국민의 대표’로 선택해야만, 선진국에 진입한 우리나라가 ‘태평성대’를 누릴 수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