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앞두고 여야(與野)선거캠프는 대선토론 전략마련에 돌입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코로나 상황에서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선 긴 토론내용을 짧은 영상으로 압축하는 ‘편집 역량’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과거 선거에서 후보의 발언이 소셜미디어(SNS)공간에서 회자되면서 지지율에 영향을 미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왼쪽부터)

각 선거캠프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1분 안팎의 ‘쇼츠영상’제작에 특히 고심하고 있다. 대규모 유세가 부담스러운 이번 선거에서 편집 영상은 후보의 철학을 널리 알리는 효과적인 홍보수단인 까닭이다. 동시에 상대 후보를 저격할 목적의 ‘악마의 편집’ 전략도 각 캠프에서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재편집된 영상이 후보들의 이미지 형성에 예상치 못한 변수로 작용하기도 한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TV토론에서 당시 박영선 민주당 후보의 “서울시민의 집 없는 설움을 앞당겨 드리겠다”고 했던 말실수가 유튜브에서 빠르게 확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박 후보는 ‘집 없는 설움에서 벗어나게 해드리겠다’는 취지였지만 실언만 부각된 것이다. 같은 TV토론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이른바 ‘생태탕 의혹’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기억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고 했던 발언 또한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퍼졌다.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영선(왼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토론회 시작 전 기념 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여야 선거참모들은 유권자들 인상에 남을만한 메시지를 마련하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후보의 철학을 직관적으로 전달할 만한 ‘한 마디’가 열 가지 공약발표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2002년 대선 토론에서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란 발언으로 주목 받았다. 반대로 자충수가 되어 지지율 하락을 불러온 경우도 있다. 2012년 대선토론 때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이것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저는 박근혜 후보를 반드시 떨어뜨릴 겁니다” 발언은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혔다. 2017년 TV대선토론에서 “제가 MB의 아바타입니까” 제가 갑철수입니까”고 했던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발언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많다. 한국갤럽 기준 당시 네 차례 토론회 직후 안 후보 지지율은 37%에서 20%대로 하락했다.

안철수(왼쪽), 이정희 후보/자료=KBS, TV조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설 연휴인 31일 일대일 토론을 갖기로 했다. 양측 실무진은 29일 만나 토론 세부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중계방식은 유튜브 등의 온라인 송출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뒤이어 내달 3일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 정의당 심상정 대통령 후보가 참여하는 4자 TV토론도 열리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가오는 이재명, 윤석열 양자토론은 결국 대장동 사태를 둘러싼 창과 방패의 싸움으로 흐를 공산이 크다”며 “중도층 유권자들은 ‘누가 토론을 잘했는지’ 보다는 실언이나 태도에서 마음을 정할 공산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