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 대통령 후보의 첫 TV 토론이 끝난 후 각 캠프에서는 “우리 후보가 이겼다”는 자체 성적표를 내놨다. 경쟁 후보를 겨냥해선 ‘준비가 안 된 후보’라며 장외 신경전도 펼쳤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대체로 “어느 후보든 압도적인 선전까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TV 토론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던 후보 진영에서는 “반전의 기회까지는 마련하지 못해 다소 아쉽다”며 복잡한 속내도 내비쳤다. ‘결정적 한 방’이 없었던 만큼 박빙의 대선 판을 흔드는 변수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후보는 팬데믹 위기를 극복할 유능한 면모를 보였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최소한의 기본 지식도 갖추지 못한 채 허둥대는 모습”이라고 자평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막힘없이 본인의 철학과 비전을 설명해 내는 후보와 자료 없으면 자신의 주장을 하지 못하는 후보 간의 토론이었다”고 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윤 후보를 향해 “속성 과외도 소용없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하지만 평소 TV 토론에 자신감을 보였던 이 후보가 박스권에 갇힌 지지율을 탈출할 ‘한방’을 보여주진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실망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첫 토론이라 탐색전 성격이 강했고 윤 후보도 큰 실수 없이 상대적으로 선전한 모습”이라며 “지지율에 유의미한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또 토론 뒤 민주당 의원들이 RE100(재생에너지 100%) 같은 전문 용어 등을 고리로 ‘이것도 모르느냐’는 식의 공세를 펼친 것을 두고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라디오에서 “윤 후보가 단연코 1등”이라며 “기세 싸움에서 검찰총장의 힘이 무엇인지 보여줬다”고 했다. 이 대표는 “중간에 이 후보를 밀어붙이는 듯한 모양새가 나왔는데 윤 후보가 많은 분의 기대치를 상회하는 굉장히 뛰어난 토론을 했다”고 했고, 이 후보에 대해선 “굉장히 위축된 자세를 보였던 것 같다”고 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 후보를 향해 “상대방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얄팍한 언어 유희를 보여줬을 뿐”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윤 후보가 다른 후보들에 비해 토론 경험이 적어 우려가 컸지만 “걱정을 덜었다”는 분위기다. 특히 윤 후보가 정치 입문 이후 말실수로 곤욕을 치렀던 터라 이번 토론 결과를 ‘선방’으로 해석하는 모습이었다. 한 재선 의원은 “이번 토론 결과가 선거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 판단한다”고 했다.
지난 2017년 대선 TV 토론 경험이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후보 측에선 “선전했다”는 평가와 함께 “양강 후보를 추격하는 입장에서 지지율 반등 기회를 마련하기엔 부족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국민의당은 안 후보가 토론에서 즉석 합의를 이끌어낸 국민연금 개혁을 성과로 꼽았다.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은 라디오에서 “안 후보가 공적연금 개혁이나 사회 개혁 과제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잘 설명했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 후보가 콘텐츠에서 진화된 면모를 보였지만, 다소 경직된 모습은 보완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심 후보는 라디오에서 “다른 세 후보는 기조가 같고 나만 다르니까 그런 점에서는 좀 점수를 후하게 줄 수 있지 않을까”라며 ‘80점’이라고 자평했다. 이어 “시간이 부족해서 수박 겉핥기식으로 돼 굉장히 아쉽다”고 했다.
여야 4당 후보의 두 번째 TV토론은 오는 8일 밤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자협회가 그날 토론 개최를 제안했고, 4당 후보들은 모두 참여 의사를 밝혔다. 두 번째 토론이 성사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하는 세 차례 법정 토론(21일·25일·3월 2일)에 더해 총 5번의 4자 토론을 하게 된다.
한편, 지상파 3사가 3일 밤 생중계한 첫 토론 시청률 합이 39%로 나타났다. 방송사 유튜브로도 생중계된 토론회는 합계 300만대 조회 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