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4~5일 치르는 20대 대선 사전 투표 다음 날부터 본투표일(3월 9일) 사이에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유권자는 사실상 투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행정안전부 등이 이들의 투표를 가능케 할 방법을 모색했지만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2만2000명대인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3~4주 뒤면 10만명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많게는 수십만 명에 이르는 유권자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만2,907명으로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평화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뉴시스

중앙선관위는 최근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 관계 기관과 코로나로 인한 격리자의 투표권 보장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회의를 여러 차례 열었다. 하지만 이 회의에서 사전 투표 기간 이후에 발생한 확진자 투표 방안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사전 투표 이전에 확진 판정을 받은 유권자는 자가 격리일 경우 거소 투표(우편 투표)를, 생활치료센터 입소자는 센터에 설치한 특별 사전 투표소를 이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확진자와 밀접 접촉 등으로 자가 격리된 유권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특별 외출 허가를 받으면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 일반인 투표 종료 전에 투표소로 가면 오후 6시 이후에 별도로 마련된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

그러나 사전 투표 이후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 격리하거나 병원 또는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는 경우엔 이런 임시 투표 방법을 이용할 수 없다. 우선 자가 격리자를 위한 거소 투표(우편 투표)는 공직선거법상 선거인 명부를 작성하는 이달 9일부터 닷새간 신고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 또한 생활치료센터에 설치된 특별 사전 투표소도 사전 투표가 끝나면 철거된다. 그뿐 아니라 확진자는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 때문에 특별 외출을 할 수 없어 본투표 당일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도 할 수 없다. 사전 투표 종료 다음 날(3월 6일)부터 본투표(3월 9일) 사이에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되면 투표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중앙선관위 고위직 출신 인사는 “코로나 확진자라고 참정권이 제한되어선 곤란하다”며 “선관위와 정부가 대책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인천에 등장한 조형물 '3월9일 아름다운 선거' -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3일 인천 남동구 길병원사거리에서 투표 독려를 위한 대형 투표함 조형물을 설치하고 있다. 3월 9일 치러지는 20대 대통령 선거는 같은 달 4~5일 사전 투표를 실시한다. 그러나 사전 투표 이후 선거 당일 사이에 발생한 코로나 확진자의 경우 투표 방안이 사실상 마련되지 않아‘선거 사각지대’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선관위가 비확진 자가 격리자를 위해 본투표 당일 오후 6시 이후에 임시 기표소를 운용하기로 한 것을 두고도 “무효표 논란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직선거법 155조(투표시간)에 따르면, 투표소는 선거일 오전 6시에 열고 오후 6시에 닫아야 하기 때문에 ‘오후 6시 이후 투표’는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와 관련,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 종료 시각 전에 줄을 서며 기다린 유권자에게는 번호표를 주고 오후 6시 이후 투표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있다”고 했다. 오후 6시 전에 투표장에 도착해 별도 장소에 대기한 사람들은 6시 이후 투표해도 선거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차승훈 선거대책본부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예외 조항을 본취지와 다른 목적으로 쓰려고 해선 안 된다”면서 “이럴 경우 선거 이후 재검표 신청과 무효표 소송 등 큰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인 만큼 유권자의 참정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선관위와 유관 정부 부처가 막판까지 지혜를 짜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