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허은아 의원. /뉴시스

정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대 대선 사전 투표 다음날부터 본투표일(3월 9일) 사이에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유권자의 투표 방안을 아직 마련하지 못한 사실이 4일 알려지자 야당은 “참정권 공백 상태에 놓인 코로나 확진자에 대한 대책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이날 4일 논평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은 바이러스 전파 속도를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선에서 국민의 선거권을 보장해야 할 선관위 역시 예외가 아니다”라고 했다.

허 수석대변인은 “현재 사흘 연속 확진자가 2만 명대를 기록했는데, 한달 후에는 10만 명을 넘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대로라면 이번 대선에서 수십만 명이 투표권을 잃게 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관위가 아직까지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국민 한명 한명의 참정권이 소중한 것은 물론이고, 수십만 명의 규모라면 현재 박빙 상황인 선거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안 그래도 문재인 정권 들어 선관위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크게 무너졌다”면서 “사전투표에 대해서는 일각의 의심이 끊이질 않고, 지난 재보궐선거에서는 TBS의 ‘#1합시다’ 캠페인에 대한 판정 등 편향된 태도를 보였으며, 최근에는 조해주 상임위원 알박기 논란까지 있었다”고 했다.

허 수석대변인은 “선관위는 지난 총선이나 재보궐선거 당시 확진자가 하루 수십, 수백 명 발생하던 상황에 비춰 대선을 준비해선 안 된다”면서 “상황이 급속히 변했다면, 선관위도 그 속도에 맞춰 투표권을 보장할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 아래 중립을 지켜야 할 여러 국가기관은 하나같이 ‘편향 아니면 무능’이란 비판을 들어왔다”면서 “정권의 마지막 단계인 대선 관리에서조차 이런 오점을 남기는 일은 없길 바란다”고 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56일 앞둔 12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이 선거 홍보 문구와 그림이 래핑 처리된 계단을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차승훈 상근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코로나 확진자수가 하루 2만 7000명씩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확진자와 자가격리자의 대통령선거 투표 대책에 심각한 허점이 발견되고 있다”면서 “투표 사각지대에 놓이는 유권자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차 상근부대변인은 “투표대책 사각지대’에 놓인 유권자를 위해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투표’ 등 새로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면서 “이대로 투표권 보장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실제 투표를 못하는 유권자들이 발생한다면 중앙선관위는 심각한 직무유기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이 보장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인 선거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일어나게 된다면 중앙선관위의 존재 이유가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행정안전부 등은 확진자들의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 회의를 가졌다. 하지만 이 회의에서 사전 투표 기간 이후에 발생한 확진자 투표 방안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사전 투표 이전에 확진 판정을 받은 유권자는 자가 격리일 경우 거소 투표(우편 투표)를, 생활치료센터 입소자는 센터에 설치한 특별 사전 투표소를 이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확진자와 밀접 접촉 등으로 자가 격리된 유권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특별 외출 허가를 받으면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 일반인 투표 종료 전에 투표소로 가면 오후 6시 이후에 별도로 마련된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

그러나 사전 투표 이후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 격리하거나 병원 또는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는 경우엔 이런 임시 투표 방법을 이용할 수 없다. 우선 자가 격리자를 위한 거소 투표(우편 투표)는 공직선거법상 선거인 명부를 작성하는 이달 9일부터 닷새간 신고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 또한 생활치료센터에 설치된 특별 사전 투표소도 사전 투표가 끝나면 철거된다. 그뿐 아니라 확진자는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 때문에 특별 외출을 할 수 없어 본투표 당일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도 할 수 없다. 현재로선 사전 투표 종료 다음 날(3월 6일)부터 본투표(3월 9일) 사이에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되면 투표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이와 관련 선관위 관계자는 본지에 “투표권 보장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