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226개 기초지자체 공약을 소개하는 '우리동네공약' 언박싱데이 종료 후 부인 김혜경 씨 관련 과잉 의전 논란과 관련해 "국민들께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4일 아내 김혜경씨의 개인 비서 불법 채용과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세밀한 경계가 부족했다”며 사과했다. 전날에 이어 재차 사과 입장을 내면서도 ‘공관 관리 업무를 한 공무원의 일’이라며 선을 그은 것이다. 하지만 의혹을 폭로한 전직 경기도청 7급 공무원 A씨는 “이 후보 부부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한다”며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관여한 바 없다는 식의 입장은 말도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면목이 없다. 제 공관 관리 업무를 한 공무원 중에 피해를 당한 사례가 있다고 하고 논란이 되는 점에 대해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제가 좀 더 세밀히 살피고 경계했어야 마땅하나 부족했다”며 “관련 기관의 수사·감사 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책임을 충분히 지겠다”고 했다. 포괄적으로 사과하면서도 ‘직원의 일’이라며 선을 그은 것이다. 김혜경씨는 지난 2일 사과 입장문을 낸 뒤 광주(3일)·전남(4일) 방문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하지만 A씨는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 자신들은 몰랐다는 식의 해명은 말이 안 된다”며 “이 후보와 김씨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다”고 했다고 A씨 측은 전했다. 이 후보 장남 퇴원 수속을 대신 하면서 자신이 이 후보 명의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등 각종 증거가 있는데 ‘직원의 일’이라며 모른 척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주장이다. A씨는 지난해 3월부터 9개월간 자신에게 각종 심부름을 시킨 이 후보 측근 배모씨와의 대화 내용과 통화를 녹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어느 순간 내가 다 뒤집어쓸 것 같다는 판단이 돼서 모든 통화 내역을 다 녹음했고, 대화 내용도 지우지 않고 기록했다”고 했다고 한다.

A씨는 신변에 대해 크게 불안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날 대리인을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현재 저와 저희 가족은 심각한 불안과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의 큰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A씨는 현재 자택을 떠나 호텔 등을 전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작년 추석을 앞두고 A씨가 이 후보 측근인 상관 배씨 지시로 이 후보 친척들에게 선물을 배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SBS가 이날 보도한 A씨와 배씨 대화 내용을 보면, 배씨가 “지사님 친척분들에게 배달해야 한다”고 했고, A씨는 친척 명단과 주소를 물었다. A씨가 ‘경기도 의전팀’에서 받은 메모엔 ‘장모님’ ‘둘째 형님’ ‘여동생’ 등의 선물 목록과 함께 고깃값 115만원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A씨는 관용차를 이용해 직접 배달을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성묘를 위한 제수용품 준비에도 경기도 공무원들이 동원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경기도에서 왔다고 하면 장부 기록 후 (가게에서) 물건을 건넸다”고 했다. 이 가게는 경기도가 작년에만 4000만원 넘게 업무추진비를 쓴 곳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측은 “명절 선물 배달을 비서실 직원에게 의뢰한 사실이 있지만, 직접 배송해달라는 의미는 아니었다”며 “제수용품을 챙겨달라고 한 사실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선물과 제수용품은 업무추진비가 아닌 사비로 구입했다고 해명했다.

A씨가 이 후보 욕실에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화장품도 직접 갖다 놓았다는 대화 내용도 공개되면서 논란은 계속됐다. 공개된 대화 내용을 보면, 배씨는 “OOO한테 로션 받아서 교체해 놓고 남은 거 두 개 합체시켜 봐요”라고 했다. 그러자 A씨는 에르메스 로션 사진과 함께 “O비서에게 받아서 새거는 지사님 욕실에 비치했고, 남은 건 모아서 거실에 두었습니다”라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배씨로부터) 상시 조력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한 김씨 입장문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상시 조력의 기준이 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후보 배우자 실장인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통화에서 “배씨를 업무적으로 배우자 일을 도와주는 수행 비서로 채용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특별한 일 없는 보통 때 조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지, 날짜 단위로 말하긴 애매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