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당 일부 의원들에게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이끌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6일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후보가 안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복수의 국민의힘 의원 등에 따르면, 윤 후보는 설 연휴 직전 한 중진 의원이 야권 단일화와 관련해 의견을 묻자 “IT기업을 창업하고 경영한 노하우가 있는 안 후보 같은 분이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맡아 이끌어주시면 좋겠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단일화 문제는 일단 나에게 맡겨달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가 비공개적으로 일부 인사들과는 단일화의 필요성과 방식 등과 관련해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달 2일 1호 공약으로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각 부처의 업무를 디지털 기술과 빅데이터로 종합 관리하는 국민 맞춤형 서비스 정부를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안 후보가 정보 보안 기업인 안랩의 창업자로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인 점을 고려해 이 같은 역할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각 부처의 업무를 디지털로 총괄 지휘하는 ‘디지털 총리’ 같은 역할을 부탁할 의향이 있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원희룡 선대본부 정책본부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각자 후보 등록을 한 다음 단일화를 하려면 더 어려워진다. 국민을 안심시키는 쉬운 단일화로 가야 한다”면서 “안 후보와 단일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일화 협상의 데드라인으로는 후보 등록 마감일인 14일을 제시했다.
원 본부장은 “때가 됐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되는 국민의당과의 ‘공동 정부론’에 대해서도 “당연히 가능하다”며 “못할 게 뭐가 있나”라고 했다. 다만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이와 관련 “선대본부가 후보 단일화에 대해 거론한 적이 없고 향후 계획을 논의한 바도 없다”면서 원 본부장의 의견은 사견이라고 했다.
그러나 후보 등록 마감일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만큼 양당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조만간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 최진석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와 관련해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권 단일화는 없다고 생각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정치가 어떻게 교조적으로 갈 수 있겠느냐”며 “흔히들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지 않느냐”며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 ‘단일화 여론이 높으면 단일화를 고려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최 위원장은 “국민의 열망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면서 “아슬아슬한 대선 승리로는 정권을 잡은 이후 정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