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선대위가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1만명 이상씩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을 받아오라고 지시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선거가 접전 양상을 보이면서 172석 거대 여당의 조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이 후보는 5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을 방문해 23개 공약을 쏟아내고 ‘남부 수도권’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서는 “참혹했던 순간을 잊기 어렵다”며 눈물을 보였다.
◇ 백중세에 ‘보병전’ 강조하는 與
민주당 선대위 조직본부가 만든 ‘민심 앞으로, 민생 제대로’ 캠페인에 따르면, 각 지역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국회의원은 ▲지지 선언 1만명 이상 ▲특보 조직 5000명 이상 ▲단체·기관 간담회 및 방문 100회 이상을 실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원외(院外) 지역위원장에게는 각각 국회의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목표치를 하달했다. 지지 선언의 경우 “통화, 문자, 메신저 등으로 참여 확인을 필수적으로 하라”며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여론조사상 계속 접전 양상인 만큼 당이 가진 자원을 최대한 끌어모으는 총력전에 들어가야 한다”며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하는 것이 자극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선거 운동 실적을 6월 지방선거와 다음 총선 공천에서 평가 지표로 활용한다는 방침도 내놓은 상태다. 전략기획본부가 이번 대선의 시·군·구별 득표율을 과거 선거와 비교해 점수로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당의 경우 의원들에게 ‘출근길 인사’를 독려하고 인증 사진을 찍는 식으로 성과를 정리·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선거운동도 ‘지역 활동→이재명 후보 및 공약 홍보→윤석열 후보 네거티브’ 순으로 하라고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온라인 소통단장인 김남국 의원은 이 후보 공식 유튜브에 출연해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수백명에게 일대일 카톡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며 동참을 독려했다.
◇ 盧 묘소 찾아 눈물…‘남부 수도권’ 공약
이 후보는 6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그는 “참혹했던 순간을 잊기 어렵다”며 눈물을 보였다. 너럭바위에 두 손을 올리고 약 10초간 고개를 숙인 채 흐느끼기도 했다. 이 후보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꿈은 노무현의 꿈이고 문재인의 꿈이고 이재명의 영원한 꿈”이라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를 이어 4기 민주 정부인 이재명 정부를 반드시 만들어내고, 3기 민주 정부의 공과를 온전히 떠안고 부족한 점을 채우고 잘못된 점을 고치면서 진화된 새로운 정부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했다. 일부 친문 당원이 여전히 이 후보를 비토하는 상황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민주당은 당 공식 유튜브 채널에 노 전 대통령 목소리를 흉내 낸 이 후보 지지 영상을 올렸다가 ‘사자 명예훼손’이라는 비판을 받고 전날 삭제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봉하마을에서 ‘남부 수도권’ 구상을 발표하고, “영호남과 제주를 묶는 남부권을 초광역 단일 경제권, 이른바 ‘메가리전(Mega-region)’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동서고속철도(HRT)와 고속도로를 건설해 영호남 전역을 2시간대 생활권으로 묶겠다고 했다. 또 가덕도신공항 2029년 개항,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등 9개 부산 공약, 진해신항 중심 동북아 물류 플랫폼 조성과 부울경 메가시티 1시간대 생활권 실현 등 8개 경남 공약, 울산의료원 설립·수소 모빌리티 클러스터 구축 등 6개 울산 공약 등을 내놨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저녁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과 비공개로 만났다. 두 사람은 약 80분간 진행된 회동에서 경제 위기 극복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는 지난달 28일 “김 전 위원장은 잘 아는 존경하는 어른으로 찾아뵙는 게 도리”라 했고, 송영길 대표도 최근 김 전 위원장을 만난 사실을 밝히며 “나라를 위해 도와달라고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