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에서 대통령 후보 단일화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7일 공개된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일화를 한다면, 바깥에 공개하고 진행할 게 아니라 안 후보와 나 사이에서 전격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일대일 담판’을 통해 연합한 1997년 ‘DJP(김대중·김종필 ) 모델’ 등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일단 “진정성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윤 후보가 정식으로 담판을 제안한다면 안 후보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7일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를 공개 언급하기 시작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특별 강연회에서 경영인들로부터 경제 현안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왼쪽 사진). 안 후보가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G3 디지털 경제 강국 도약을 위한 대선 후보 초청 정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오른쪽). /이덕훈 기자·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 가능성이 열려 있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라고 답했다. 권 본부장은 전날만 해도 “선대본부가 후보 단일화 계획을 논의한 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윤 후보가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단일화를 배제할 필요는 없다’는 뜻을 밝히고 나온 이후 기류가 변했다. 권 본부장은 윤 후보가 ‘단일화를 한다면 안 후보와 내가 전격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한 것에 대해선 “(단일화가) 조용히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했다.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단일화 상대인 안 후보가 의구심을 갖지 않도록 조용한 방식으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윤 후보는 최근 참모들로부터 과거 단일화 사례들에 대한 보고를 받고 “단일화 문제는 나에게 맡겨 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는 “정권 교체라는 대의 앞에 야권이 자연스럽게 합류해서 힘을 모으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나”라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한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윤 후보가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여론조사 단일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여론조사 방식이나 설문을 정하는 협상 과정이 유권자들에게 인위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에선 1997년 김대중·김종필(DJP) 연합 시나리오를 거론하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안 후보도 명분을 세울 수 있는 정치 교체라는 대의를 내걸고 두 후보가 담판을 벌인다면 시너지가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1997년 당시에도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와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대통령 후보는 김대중, 초대 국무총리는 김종필’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문에 서명했다.

다만 국민의힘 일각에서 생각하는 담판을 통한 단일화는 안 후보의 ‘양보’를 전제로 깔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일부 단일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윤 후보에게 앞선 것으로 나타난 안 후보 입장에선 여론조사 없이 무조건 후보 자리를 양보하라고 요구할 경우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단일화 협상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안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런(단일화) 문제는 공개적으로 말한다는 것 자체가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는 당선을 목표로 뛰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윤 후보나 국민의힘에서 단일화에 진정성이 있다면 비공식적으로라도 협상 제안을 해와야 한다”며 “그때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국민의당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단일화를 위해 노력했으나 안 후보가 응하지 않았다는 명분 쌓기용으로 단일화 이슈를 제기하는 게 아니란 점이 확인돼야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야권에선 “여러 장애물에도 윤·안 후보가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다자 대결로 갈 경우 정권 교체를 확실히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 7건 중 6건에서 윤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