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8일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를 진척시키지 못한 채 신경전을 이어갔다. 안 후보는 “직접적으로 어떤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고, 윤 후보는 “공개적으로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단일화 논의에 진전이 없자 시민사회 인사들은 9~10일 윤·안 후보의 ‘연합 정치’와 ‘단일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잇달아 내면서 압박에 나서기로 했다.
안철수 후보는 이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단일화 관련 질문을 받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합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떠한 제안이 나올 수 있겠냐”며 “직접적으로 제가 어떤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 7일 언론 인터뷰에서 단일화에 대해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면서 사실상 단일화 운(韻)을 뗐다. 하지만 안 후보는 전날 “이런 문제를 공개적으로 말한다는 것 자체가 진정성이 없다”고 한 데 이어 이날도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윤 후보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단일화와 관련해 더 진전된 제안을 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언급할 사안은 아니다”라고만 했다.
야권에서는 “윤 후보와 안 후보가 각자 다른 이유로 단일화에 대한 진전된 입장을 더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윤 후보는 일부 참모가 “단일화 없이 다자 구도로도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내부 입장을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는 윤 후보가 ‘단일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안 후보가 응하지 않았다’는 명분 쌓기용으로 단일화 이슈를 제기했을 수 있다는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안 후보는 지난 설 연휴 전후로 주변에 “단일화에 대해 잘 판단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시민사회 인사들은 직접 나서 윤·안 후보에게 단일화를 촉구하기로 했다. 주대환 전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과 김진욱 변호사(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1985년 미국 문화원 점거 사건을 주도한 ‘386 운동권’ 함운경씨 등 시민사회 인사 100명은 9일 “정권 교체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야권 정당과 후보들이 연합해달라”는 취지의 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주대환 전 의장은 본지 통화에서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 중에는 연금·노동 개혁과 같이 대타협이 필요한 과제가 많기 때문에 연합의 정치가 필요하다”며 “연합 정치는 윤·안 후보에게 단일화의 명분을 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했다.
또한 인명진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박상증 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김진현 전 과학기술처 장관,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 등은 오는 10일 국회에서 “윤·안 후보 양측에 국민의 명령인 후보 단일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담긴 성명을 발표하기로 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이번 대통령 선거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통령 선거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서 야권의 모든 정당과 후보들이 연합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성명에는 “단일화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극복하는 정치 개혁을 위한 정책연합이며, 이를 추진해 나갈 공동 정부를 만드는 것”이라며 “오늘 이후 양당 관계자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단일화를 저해하는 언동을 자제하기 바란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인 전 위원장은 통화에서 “온라인을 통해 성명 신청을 받고 있는데, 8일 오후까지 6000명이 넘게 참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