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택시업계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기사들이 카풀 저지 집회를 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여야가 3월 대선을 앞두고 택시기사 표심을 얻겠다며 공약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선거 때마다 볼 수 있는 익숙한 모습이다. 지난 8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택시 업계와 만난 뒤 택시 플랫폼 업체를 저격하자, 더불어민주당도 “윤석열에게 택시 표가 쏠리지 않게 해야 한다”며 곧바로 관련 입법에 나선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을을 지키는 길 위원회) 소속 진성준 의원은 최근 의원들에게 택시업계의 민원을 공약으로 수렴한 입법을 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플랫폼을 규제하는 법안이다. 진 의원실은 지난 9일 을지로위원회 SNS 단체방에 긴급 공동발의를 요청하고 “개인택시조합 측에서 플랫폼 업체의 콜몰아주기 등 부당한 갑질을 막기위한 입법을 요청해왔다”고 알렸다. 또 “택시 쪽은 다 찬성을 하는 분위기”라며 “저들이 윤석열에게 쏠리지 않도록 입법 지원 요청드린다”고 했다.

여기서 ‘저들’은 택시업계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가 지난 8일 택시 업계와 간담회를 카카오가 운영하는 택시 호출 앱 ‘카카오T’와 비슷한 공공앱을 내놓겠다고 하자 바로 다음날 긴급하게 법안을 내놓은 것이다. 진 의원실은 “최근 플랫폼사업자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통해 불공정 배차 및 과다한 수수료 부과 등 택시운수종사자에 대한 독과점 횡포가 지속되고 있으나, 이를 효과적으로 대응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플랫폼중개사업에 대한 개선명령 및 플랫폼중개사업자에 대한 준수사항을 신설하는 한편, 이를 위반한 플랫폼중개사업자에 대해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자”고 했다. 여당 내에서도 “시장을 과도하게 옥죄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8일 교통회관에서 열린 ‘힘내라 택시! 소통의 날’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택시업계 관계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선거 때만 되면 각계 민원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윤석열 후보도 “택시 플랫폼 업체가 이익의 엄청난 부분을 수수료로 받는 건 대단히 불합리하고 국민 상식에 맞지 않는다”며 “정부가 재정으로 출자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국민께 많이 홍보해 개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을 겨냥한 표퓰리즘이란 말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기본소득 등 정부 예산 남발 정책에 대해 비판해왔던 것과는 다른 태도다.

민주당이 밀어붙인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도 지난 2020년 3월 총선을 불과 한달여 앞두고 통과됐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대표발의했고, 국토교통부가 주도한 ‘택시제도 혁신방안’에도 관련 내용이 담겨 있어 당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이 법을 직접 챙기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도 총선을 앞두고 타다 중단을 요구하는 택시업계 요구에 밀려 당론으로 찬성했다. 경제계에선 “여야 정치권이 25만에 이르는 택시기사들 표를 의식해 혁신 성장의 싹을 잘랐다”는 반응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