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10일 페이스북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선제 타격’ 발언과 관련해 “제2총풍을 시도하는 윤 후보가 한반도 전쟁발발 가능성을 키우는 4대 요인의 하나라는게 해외군사전문가의 분석”이라며 “안보 문제는 신중 또 신중하시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후보가 공유한 기사에서 가리킨 ‘외신’은 한국계 미국인 교수의 기고문이었고, 이 교수는 지난달 윤 후보에 비판적인 글을 쓰며 “이재명 후보가 미국의 국익에 더 안전하다”는 주장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가 친(親)이재명 인사의 일방적 주장을 불러와 외교·안보 문제를 정쟁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후보가 이날 윤 후보를 비판하며 공유한 국내 언론 기사의 제목은 <외신 “제2의 한국전쟁 가능성”… 푸틴-윤석열 어떤 관계길래>라고 달려있다. 제목만 보면 외신의 취재에 따른 보도처럼 읽히지만, 원문은 이달 9일(현지 시각)한국계 미국인인 최승환 일리노이대 교수(국제관계학)가 오피니언 기고가(opinion contributor) 자격으로 의회전문매체 ‘더힐(The Hill)’에 쓴 것이다. 더힐 뿐만 아니라 더 디플로맷, 포린폴리시(FP) 등 외국의 외교·안보 매체들은 전문가나 석·박사과정에 있는 대학원생, 인턴을 포함한 주요 싱크탱크의 연구원 등이 자유롭게 주장을 펼 수 있게 기고를 받아 싣고 있다.
최 교수가 쓴 이 글에도 “이 글에 게재된 입장은 기고자 개인의 의견이지 ‘더힐’의 시각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최 교수는 800단어 남짓한 이 글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의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며 그 근거로 ▲미군의 능력 쇠퇴에 따른 힘의 공백(power vacuum) ▲북한에 먹히지 않는 바이든 외교 정책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기술 발전 등을 꼽는다. 글의 절반 이상(약 600단어)을 이 부분에 할애했다. 이어 마지막 요인으로 “한국의 국내 정치가 북한의 상처에 소금을 뿌릴 수 있다”며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언급한다.
최 교수는 “검찰총장 출신으로 세상을 흑백으로 보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될 경우 한국은 더 매파적인 대통령(more hawkish president)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며 ‘서울이 북한의 즉각적인 핵 공격 위협에 처할 경우 선제 타격을 하겠다’는 취지의 윤 후보 과거 발언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남·북한 다 합쳐서 와이오밍주의 1.16배 크기 밖에 되지 않는다”며 “북한이 보복으로 더 많은 핵미사일을 쏠 경우 2만8500명의 미군과 한국인들이 어디로 숨을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이 글을 기고한 최 교수는 지난달 21일(현지 시각)에도 같은 매체에 ‘한국에서 누가 미국의 국익을 보호할 수 있나’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에 대해 미·중 사이에서 균형잡힌 외교정책을 지지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고, 윤석열 후보에 대해선 “외교자문이 말하라고 하는 대로만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말들은 외교 정책 포인트들을 외워서 말하는 것 같다”고 했었다. 최 교수는 “외교적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윤석열 후보보다 경기지사 경험을 가진 이재명 후보가 미국의 국익에 더 안전할 것”이라고 말해 국내에서 뒤늦게 논란이 일었다.
이 때문에 이 후보가 윤 후보의 발언을 비판하며 ‘해외전문가의 분석’이라는 근거를 달았지만, 개인의 주장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매체에 자유롭게 기고한 것으로 분석과 주장은 개인의 자유지만 이걸 정론(正論)으로 볼 것인가를 놓고는 이견의 여지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외교·안보 싱크탱크 관계자도 “이 후보가 윤 후보를 비판하기 위해 친(親)이재명 성향의 사람을 호명해 ‘해외군사전문가 분석’이라는 포장지를 입혔다”며 “오히려 이 후보가 외교·안보 문제를 정쟁화하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