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 /뉴스1

3·9 대통령 선거가 중앙선거관리위원 전체 9인 가운데 2인이 공석(空席)인 상태로 치러지게 됐다. 현재 대통령 임명 몫인 상임위원과 야당 추천 몫인 일반 위원이 공석이지만, 청와대와 국민의힘은 대선 전 선관위원 인선을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대선이 임박해 인사청문회 절차를 밟을 겨를이 없다”면서 “이번 대선 전 상임위원 인선은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난해 말 야당 몫 선관위원을 추천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면서 “올 1월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으로 정치 편향 논란을 빚은 조해주 전 상임위원의 ‘꼼수 임기 연장’ 논란까지 벌어져 시간이 더 지체돼 현실적으로 야당 몫 선관위원 추천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조 전 상임위원이 임기 만료 6개월을 앞두고 후임 인선을 위해 사표를 냈지만 이를 반려했다. 문 대통령은 조 전 위원이 상임위원 임기 3년이 만료되는 올 1월 사표를 냈지만, 이를 재차 반려하고 조 전 상임위원을 비상임 위원으로 전환해 임기 3년을 더 하도록 했다. 이에 선관위 안팎에서는 “기존 비상임 위원 가운데 대통령이 임명했던 위원이 호선(互選) 방식으로 상임위원에 앉혀지는 방안이 추진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1월 24일 청와대에서 당시 조해주(오른쪽)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그러나 선관위 전 직원들이 ‘상임위원은 임기를 마치면 퇴임하고 비상임 위원을 맡지 않는다’는 관례가 지켜져야 한다며 집단 항의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만큼 선관위 직원들도 선관위 중립성이 훼손될 상황을 우려했던 것이다.

이에 조 전 상임위원은 지난달 21일 떠밀리듯 다시 사표를 냈고, 문 대통령은 중동 순방 중에 이를 수용했다. 문 대통령이 선관위 관례를 깨면서까지 자신의 대선 캠프 특보 출신인 조 전 위원을 선관위원에 계속 두려다 전국 선관위 직원들의 집단 반발에 부딪혔던 것이다.

5일 뒤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최근 중앙선관위 구성과 관련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려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관례는 선관위 독립성을 위해 존중돼야 한다”고 했다. 조 전 상임위원의 후임으로 기존 위원을 상임위원으로 호선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풀이됐다. 이 같은 선관위원 인선을 놓고 각종 논란이 불거져 상임위원과 야당 추천 몫 선관위원 인선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졌던 것이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 첫날인 13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로비 안내판에 D-24가 표시돼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에 따라 오는 15일부터인 대선 공식 선거 운동도 중앙선관위 2명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게 됐다. 전국 단위 선거가 중앙선관위원 정원이 채워지지 않은 채 치러지는 것은 전례가 없다.

전직 선관위 관계자는 “코로나 확진자 폭증, 일부 선관위원을 둘러싼 정치 편향 논란 등 각종 문제가 있는 상태에서 선관위원 정원 9명 가운데 2명이 없는 채로 대선이 처리진다는 전례없는 상황까지 겹쳤다”면서 “유권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선관위가 비상한 각오로 선거 관리에 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