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대통령 선거가 중앙선거관리위원 전체 9인 가운데 2인이 공석(空席)인 상태로 치러지게 됐다. 현재 대통령 임명 몫인 상임위원과 야당 추천 몫인 일반 위원이 공석이지만, 청와대와 국민의힘은 대선 전 선관위원 인선을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대선이 임박해 인사청문회 절차를 밟을 겨를이 없다”면서 “이번 대선 전 상임위원 인선은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난해 말 야당 몫 선관위원을 추천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면서 “올 1월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으로 정치 편향 논란을 빚은 조해주 전 상임위원의 ‘꼼수 임기 연장’ 논란까지 벌어져 시간이 더 지체돼 현실적으로 야당 몫 선관위원 추천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조 전 상임위원이 임기 만료 6개월을 앞두고 후임 인선을 위해 사표를 냈지만 이를 반려했다. 문 대통령은 조 전 위원이 상임위원 임기 3년이 만료되는 올 1월 사표를 냈지만, 이를 재차 반려하고 조 전 상임위원을 비상임 위원으로 전환해 임기 3년을 더 하도록 했다. 이에 선관위 안팎에서는 “기존 비상임 위원 가운데 대통령이 임명했던 위원이 호선(互選) 방식으로 상임위원에 앉혀지는 방안이 추진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선관위 전 직원들이 ‘상임위원은 임기를 마치면 퇴임하고 비상임 위원을 맡지 않는다’는 관례가 지켜져야 한다며 집단 항의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만큼 선관위 직원들도 선관위 중립성이 훼손될 상황을 우려했던 것이다.
이에 조 전 상임위원은 지난달 21일 떠밀리듯 다시 사표를 냈고, 문 대통령은 중동 순방 중에 이를 수용했다. 문 대통령이 선관위 관례를 깨면서까지 자신의 대선 캠프 특보 출신인 조 전 위원을 선관위원에 계속 두려다 전국 선관위 직원들의 집단 반발에 부딪혔던 것이다.
5일 뒤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최근 중앙선관위 구성과 관련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려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관례는 선관위 독립성을 위해 존중돼야 한다”고 했다. 조 전 상임위원의 후임으로 기존 위원을 상임위원으로 호선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풀이됐다. 이 같은 선관위원 인선을 놓고 각종 논란이 불거져 상임위원과 야당 추천 몫 선관위원 인선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졌던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15일부터인 대선 공식 선거 운동도 중앙선관위 2명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게 됐다. 전국 단위 선거가 중앙선관위원 정원이 채워지지 않은 채 치러지는 것은 전례가 없다.
전직 선관위 관계자는 “코로나 확진자 폭증, 일부 선관위원을 둘러싼 정치 편향 논란 등 각종 문제가 있는 상태에서 선관위원 정원 9명 가운데 2명이 없는 채로 대선이 처리진다는 전례없는 상황까지 겹쳤다”면서 “유권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선관위가 비상한 각오로 선거 관리에 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