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13일 “무능한 리더가 복수심에 불타서 정치 보복을 한다면 민생이 망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주말 유세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를 직접 거명하며 “검사 나부랭이” “궁예의 지배” “폭압 정치” 등 원색적 표현을 동원해 공격했다.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한 지 20여 일 만에 이 후보 스스로 ‘돌격전’에 뛰어든 것이다. 이는 윤 후보의 ‘적폐 수사’ 발언에 분노하는 친문 지지층을 결집하는 동시에 이른바 ‘샤이 이재명’ 지지층까지 수면 위로 끌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이날 제주 서귀포시 전통시장 현장 연설에서 윤 후보의 ‘집권 시 적폐 수사’ 발언을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폭력을 공언한 후보는 본 일이 없다”며 “이런 정치 집단이 우리 미래를 과연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겠나”라고 했다. 그는 윤 후보를 조선시대 임금인 선조에 빗대기도 했다. 이 후보는 “선조의 무능함이 수없이 많은 백성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나라는 피폐해졌다”며 “(반면) 세종이나 정조는 좋은 정책이라면 네 편, 내 편 가리지 않았다”고 했다. 이 자리에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함께했다.
이 후보는 전날인 12일 충남 천안시 유세에선 윤 후보의 ‘무속 논란’을 집중 부각하면서 후고구려 건국자 궁예(弓裔)도 거론했다. 그는 “여러분의 운명이 점쟁이가 던지는 엽전 몇 개와 쌀 한 움큼, 부채 도사의 부채에 따라 결정이 되길 바라느냐”며 “(윤 후보가 당선되면) 다시 궁예의 지배를 받는 엄혹한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고 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의 ‘5년짜리 선출 권력’ 발언에 대해서도, “어떻게 감히 검사 나부랭이가 선출 권력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했다.
그간 이 후보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으로 정책 역량을 강조해왔다.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에선 “네거티브를 확실히 중단하고 오로지 민생, 미래, 국민들의 삶에 대해서만 말씀드릴 것”이라고도 선언했다. 하지만 대선이 한 달여 남은 상황에서 지지율 답보 상태가 계속되자 윤 후보에 대한 직접 공격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민주당 또한 윤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연일 제기하면서 공세에 가담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현안대응 태스크포스(TF)는 “도이치모터스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최소 10차례에 걸쳐서 김씨가 대표로 있는 업체의 행사를 후원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날 윤 후보가 구둣발 차림으로 열차 맞은편 좌석에 두 다리를 걸친 사진을 공유하면서 “평소 어떻게 살아왔는지 똑똑히 보여준다”고도 했다. 박찬대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구둣발은 오만과 특권의식, 몰상식이 빚어낸 결과”라며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윤 후보 측은 “장시간 이동으로 인한 가벼운 경련으로 잠시 다리를 올린 것”이라며 “세심하지 못했던 부분은 유감”이라고 했다.
이 같은 이 후보 측의 총공세에 대해 정치권에선 “공식 선거운동(2월 15일) 직전 마지막 주말 유세까지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걸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야권 단일화가 대선 쟁점으로 떠오르기 전까지 자신의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시켜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로 뉴스가 도배되기 전까지 범여권 지지층이 결집해야 승산이 있다”고 했다.
여권은 중도층에 위치하는 이른바 ‘샤이 이재명’ 유권자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형수 욕설’과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 등으로 인해 속으론 이 후보를 지지하지만 내놓고 표현하지 못하는 유권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친여(親與)방송인 김어준씨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이 후보에게는 블루 칼라 샤이 지지층이 있다”며 “박빙 열세라지만 내 계산법으로는 (이 후보가) 우세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선대위 또한 최근 ‘샤이 이재명’이 결집하면서 이 후보가 상승세에 접어들었다고 자체 평가했다. 우상호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후보 지지율이 반전되고 있다”며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일차적으로는 친문 지지층에서 가장 빠르게 반응이 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