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부패하고 무능한 민주당 정권을 정권 교체로 반드시 심판하자”며 ‘정권 심판론’을 전면에 들고나왔다. 이번 대선은 문재인 정권의 실정(失政)을 심판하는 선거란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에서 출정식을 하고 곧바로 KTX를 타고 대전·대구·부산에 이르는 ‘경부선 하행’ 릴레이 유세를 펼쳤다. 윤 후보는 16일 호남·충청·강원 지역 유세를 하고 상경해 17일엔 유승민 전 의원과 회동한다. 홍준표 의원에 이어 유 전 의원까지 선거 운동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이날 대구 유세 때 지지자들 앞에서 홍 의원을 “형님”이라고 불렀다.

부산 지지자 환호에 '어퍼컷 화답' -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15일 부산 부산진구 젊음의 거리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화답하며 어퍼컷을 날리는 동작을 하고 있다. 윤 후보는“무너진 민생을 반드시 챙기고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고 했다. /남강호 기자

윤 후보는 이날 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선거운동 출정식을 열었다. 출정식에는 서해 피살 공무원 유가족, 천안함 폭침으로 전사한 고 민평기 상사 모친 윤청자 여사 등이 초대됐다. 이준석 당대표는 “앞으로 문재인 정부와 같은 악정(惡政)을 펼치는 정부가 나오지 않도록 승리하겠다”고 했다.

뒤이어 무대에 오른 윤 후보는 문재인 정권 5년에 대해 “세금은 오를 대로 오르고 월급봉투는 비었다. 나랏빚은 1000조원을 넘었다”며 “그런데 집값, 일자리, 코로나 어느 하나 해결된 것을 봤나”라고 했다. 윤 후보는 “대통령 권력은 유한하고 책임은 무한하다. 이 명백한 사실을 1분 1초도 잊지 않겠다”며 “국민 위에 군림하는 ‘청와대 시대’를 마무리하고 국민과 동행하는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집권하면 ‘제왕적 대통령제’의 상징으로 꼽히는 청와대를 해체하고 대통령 집무실을 정부서울청사 등으로 이전하겠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또 “오로지 저를 불러주시고 키워주신 국민 여러분께만 부채가 있다”며 “그렇기에 부당한 기득권에 맞서 과감하게 개혁할 수 있다”고 했다.

윤 후보는 이어 대전 중구 으능정이 문화의거리 유세에서 “현 정부는 내세우는 정책이 엉터리고 28번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을 교란하고 국민을 고통에 몰아넣지 않았나”라며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에, 그 나물에 그 밥인 세력에 또 5년간 정권을 맡기실 것이냐”고 했다.

윤 후보는 대구에선 홍준표 의원과 함께 유세에 나섰다. 윤 후보는 동대구역 광장 유세에서 홍 의원 팔을 들어 올려 만세를 불렀다. 윤 후보는 홍 의원이 이 지역 민원 사업을 거론하며 꼭 이뤄달라고 하자 “예, 형님. 이미 경선 때 다 약속하지 않았습니까”라고 답했다. 이에 홍 의원은 “대구·경북은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을 80% 이상 지지했다”며 “우리 윤 후보를 80% 이상 지지해줄 것을 거듭, 거듭 부탁드린다”고 했다. 윤 후보는 “민주당 정권 5년으로 망가진 대한민국, 망가진 대구를 그야말로 단디(’단단히’의 방언)해야 되는 선거”라며 “윤석열이 단디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부산 유세에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대장동 개발 의혹을 거론하며 “대장동에서 (민간 사업자) 김만배 일당이 3억5000만원 (투자해) 갖고 1조원 가까이 받아갔다”며 “국민 모두에게 이런 마법을 보여주지 왜 몇 사람한테만 그렇게 했느냐”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게 유능한 행정의 달인이냐”라고 했다. 윤 후보는 현 정부를 향해 “이런 정권은 처음 봤다. 오죽하면 공직 생활밖에 모르는 제가 이 앞에 서겠나”라고 했다. 윤 후보는 지지자들이 환호하자 주먹으로 어퍼컷을 날리는 동작을 했다.

윤 후보는 17일엔 서울 여의도에서 유승민 전 의원과 만나기로 했다. 윤 후보가 작년 11월 5일 후보로 선출된 후 100여 일 만의 만남이다. 윤 후보는 이날 유 전 의원과 직접 통화를 하고 선거 캠페인 합류를 요청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유 전 의원이 백의종군하면서 윤 후보를 돕겠다는 뜻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홍준표 의원이 지난달 29일 선대본부 상임고문직을 수락하면서 윤 후보 경선 경쟁자 중에선 유 전 의원 합류만 남은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