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아내 김혜경씨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근 불거진 '과잉 의전' 등 논란에 대해 사과 기자회견을 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부부 사적심부름 의혹을 받고 있는 배모씨가 성남시에서 ‘시정(市政) 해외 홍보’ ‘내방 외국인 의전’ 담당으로 8년간 근무하면서 단 한건의 공문도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후보 부부 사적심부름만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최근 성남시에 ‘배○○ 주무관이 2010년 7월~2018년 5월 재직 기간, 담당 업무인 시정 해외홍보와 내방 외국인 의전 관련으로 작성한 결재공문 등 내부보고서, 해외홍보물, 활동사진 등 일체’의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김 의원 질의에 성남시는 ‘자료가 없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보내왔다. 답변서를 작성한 성남시 인사 담당자는 16일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배씨가 생산한 문서가 폐기되거나 한 것은 아니고 내부 검색결과 실제로 작성한 공문이나 활동 기록이 한 건도 없었다”라고 했다. 이어 “배씨가 경기도청으로 옮겨간 뒤, 해당 시정 해외홍보 등 업무 담당 자리는 없어졌다”고 했다.

배씨 역할과 관련해서는 과거에도 성남시 내부에서 논란이 있었다. 2012년 성남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한 성남시의원은 “총무과장이 낸 데에는 배씨 분장사무가 ‘의전수행’이라고 되어 있는데 비서실장이 가져온 자료에는 ‘외국인 의전’이라고 되어 있다”라며 “외국인 의전이라고 직원을 하나 상근직으로 뽑아 놓을 수가 있느냐. 이분이 사모님 수행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또 수행도 한단다”라고 했다. 배씨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명확하지 않았던 것이다.

배씨는 이재명 시장 시절 성남시에서 7급 공무원으로 8년, 이재명 도지사 시절 경기도에서 5급으로 3년 동안 근무했다. 김 의원은 “경기도에도 똑같은 질의서를 보냈으나 열흘 넘게 답변을 보내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배씨가 8년간 성남시에서 7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받은 급여 총액은 2억~3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 부부를 향해 “착복한 세금을 즉시 갚으라”며 ‘국민 명세표’를 청구했다. 최지현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부대변인은 15일 논평에서 “공무 시간에 공적 업무를 하지 않고 집사 노릇을 했다면 그 월급은 국민이 줘야 하는가. 아니면 이재명 후보 부부가 내야 하는가”라며 “제보자인 7급 공무원도 일과의 90% 이상을 김혜경씨 사적 심부름으로 보내고 공무원 급여를 받았다. 제보자의 전임자도 있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했다.

조선닷컴은 배씨 측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해봤으나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 이재명 후보 측은 “성남시에 물어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