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17일 서울·수도권 지역 선거 유세에서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은 고의적이고 악의적”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28번이나 바꿨는데, 집이 없는 사람은 민주당을 찍게 하려고 만들어 놓은 것이다. 상식에 맞춰서 하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집값 폭등을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정(失政)으로 부각하며 정권 심판론을 내세운 것이다. 윤 후보는 또 후보 선출 이후 이날 처음으로 유승민 전 의원과 만났다. 윤 후보는 ‘원팀’이 돼 달라고 요청했고, 유 전 의원은 “정권 교체를 위해 아무 조건 없이, 직책 없이 열심히 돕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유 선배 격려에 천군만마를 얻은 거 같다”고 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경기 안성·용인·성남으로 이동하며 릴레이 거리 유세를 펼쳤다. 윤 후보는 안성에서부터 부동산 문제를 꺼내 들었다. 윤 후보는 “안성이 경기도에서만 집값 상승률이 38%로 네 번째다. 여러분의 소득이 38% 올라갔나”라고 했다. 윤 후보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건국 이후 70∼80년 동안 집값이 이렇게 뛰는 것을 봤나”라며 “28번의 주택 정책으로 계속 실패에 실패를 거듭해 왔지만 저는 이 사람들(문재인 정부)이 실수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집 있는 사람과 집 없는 사람을 갈라서 ‘집이 없는 사람은 임대인 횡포에 좀 시달려 봐라’ 해서, 자기들이 힘없고 가난한 서민과 노동자의 정당이라며 누워서 선거 때마다 표를 받기 위해 만들어 놓은 구도”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대장동 사업 특혜 의혹이 불거진 성남시 분당구 거리 유세에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책임을 물었다. 윤 후보는 “인구 100만의 성남시를 이렇게 운영했는데 5000만의 대한민국을 운영하면 나라 꼬라지가 어떻게 되겠나”라고 했다. 또 이 후보의 선거 슬로건인 ‘위기에 강하고 경제에 유능한 대통령 후보’를 언급하며 “3억5000만원 들고 들어온 사람에게 도시 개발 사업을 해서 8500억원이라는 돈을 받아 가게 만든 대단히 유능한 사람인 건 맞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오후에는 서울 송파·서초에서 민주당을 부패한 기득권 세력이라고 규정했다. 윤 후보는 “민주당이 2017년 대선에서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는데, 민주당에겐 민노총만, 전교조만 먼저다”라고 했다. 민주당이 경선에서 중도 사퇴한 정세균·김두관 후보의 표를 무효 처리해 이 후보가 ‘턱걸이 과반’으로 경선에서 승리한 것도 문제 삼았다. 그는 “어떤 조직이든지 처음에 후보로 출마했던 사람들의 표를 다 합쳐서 50%가 넘어야만 결선 투표를 안 하게 한 것이 대법원의 판례”라며 “그걸 뒤집고 후보를 내지 않나. 그러니깐 정상적인 정당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 운동권 세력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며 “80년대 운동권 족보, 그 족보의 자녀들까지 다 끼리끼리 자리해 먹고 이권 받아먹지 않느냐”고도 했다.
윤 후보는 이날 유세 도중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유승민 전 의원과 비공개로 만났다. 윤 후보는 이 자리에서 선거 캠페인 전략과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 등에 대해 조언을 구하며 참여해달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경선 후 여러 경로로 유 전 의원과 접촉을 시도해왔다. 윤 후보 아내 김건희씨가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굿을 했다’는 취지로 말한 녹취가 공개되면서 분위기가 틀어진 적도 있지만, 유 전 의원 측근인 유의동 의원이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으로 임명되는 등 화해 제스처가 이어지면서 만남이 성사됐다. 유 전 의원은 회동 후 윤 후보의 서울 종로 유세에 동참했다. 종로 유세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함께했다. 유 전 의원은 윤 후보, 최 전 원장 손을 맞잡고 “3월 9일 문재인 정권을 확실하게 심판합시다. 우리 한번 뒤집어봅시다”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선이 20여 일 남은 시점에서 ‘원팀’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면서 범야권 지지층 결집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