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정운현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공개적으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이 전 대표가 국무총리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지난해 민주당 경선에서는 이낙연 캠프의 공보단장을 맡았다.
정 전 실장은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3월 9일 선거를 앞두고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고 제게 묻는 분들이 더러 있었다”며 “유력한 두 후보 모두 논란이 많은 인물이어서 선뜻 마음을 정할 수 없었다. 다들 역대 최악의 대선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이어 “제가 도우려 했던 사람은 이 전 대표였고 거기까지가 저의 소임이었다”며 “그래서 저는 이재명 후보를 위한 민주당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정 전 실장은 “그간 진보진영에서 활동해왔던 사람으로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간에도 쭉 그래 왔다”면서도 “이번에는 그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삶과 행태에 동의하기 어렵거니와 민주당이 자신이 알았던 민주당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그는 “이제 저는 다른 길을 가려고 한다”며 “윤 후보를 도우려고 한다”고 했다. 정 전 실장에 따르면 최근 지인의 주선으로 윤 후보를 만났고,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당혹스러웠지만 결국 수락했다. 그러면서 “제가 윤 후보를 돕기로 한 건 차악(次惡)을 선택한 셈”이라고 했다.
정 전 실장은 윤 후보를 두고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했다. 국정경험이 부족하고 무식하다거나 ‘검찰공화국’이 걱정된다는 것이라면서 “저도 잘 안다”고 했다. 그는 “제가 윤 후보를 지지한다고 해서 그의 삶과 생각을 전부 다 공감하는 것도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저는 대통령이 만물박사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정직성, 투철한 공인의식, 리더로서의 자질 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 전 실장은 이 후보를 겨냥한 듯 “자기가 한 말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후보, 보통사람의 도덕성만도 못한 후보, 부끄러움도 모르는 후보가 아무리 좋은 공약을 쏟아낸들 그 약속은 믿을 수 없다”며 “저는 예측불가능한 ‘괴물대통령’보다는 차라리 ‘식물대통령’을 선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도자로서 치명적인 결함을 가진 이 후보를 지지하는 행태를 저는 납득하기 어렵다. 혹여라도 그분들이 ‘이재명 지지는 선(善), 윤석열 지지는 악(惡)’이라고 강변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천박한 진영논리로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저의 이번 결정에 대해 당혹스러워하실 분이 적지 않을 거다. 더러는 비난도 하실 것”이라며 “이해한다. 다만 분명한 건 그들이 이 후보를 지지할 권리가 있듯 제게는 윤 후보를 지지할 권리가 있다. 그들이 그들의 선택을 했고 저는 저의 선택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 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미력이나마 보태겠다”며 “이제부터는 세상의 눈치나 주변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고 제 의지대로 살아가려고 한다. 저에 대한 오해와 비난, 미움조차도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했다. 이어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이니 이제는 뒤돌아보지 않고 범처럼 대차게 나아가겠다”고 긴 글을 마무리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0월 이 후보 지지 선언을 한 방송인 김어준씨를 향해서도 날 선 비판을 한 바 있다. 김씨는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이재명은 돈, 줄, 백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 여기까지 왔다. 지금부터는 당신들이 좀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 전 실장은 “정 돕고 싶으면 방송을 그만두고 이재명 캠프로 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