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자택 배달 음식값 결제에 경기도청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그 배달 등에 공무원을 동원했다고 전(前) 경기도청 공무원 A씨가 폭로하자, 이 후보는 “남편으로서 불찰”이라고 했고, 아내 김혜경씨가 자기 책임이란 취지의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

하지만 A씨가 김씨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이 후보의 식사를 챙기기 위해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공관으로 출근했던 정황이 담긴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월간조선》이 21일 단독으로 보도했다. A씨가 그에게 이 후보 관련 사적 심부름을 직접 지시한 배씨와 텔레그램으로 주고받은 대화였다.

2021년 4월 24일, 배씨와 A씨가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 /사진=A씨 측 제공

《월간조선》이 입수한 텔레그램 메시지에는 배씨의 지시로 A씨가 이재명 후보(당시 경기도지사) 개인 식사를 공관과 회의실 등으로 운반한 정황이 담겨 있다. 이와 관련해 배씨와 A씨가 메시지를 주고받은 날은 2021년 4월 24일이다. 이날은 토요일로 공휴일이었다.

A씨 측에 따르면, A씨는 주말에도 배씨의 지시에 따라 이재명 후보 저녁 식사를 챙기기 위해 출근을 해야 했다고 한다. 그는 이런 지시가 있으면 주말에도 쉬지 못한 채 출근을 해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씨는 4월 24일 오전, A씨에게 ‘오늘 저녁에 공관 저녁 식사 챙겨드리러 갈 수 있는지요?’라고 물었다. A씨가 ‘몇 시까지 가야 하느냐’고 묻자, 배씨는 ‘6시? 점심 나오고 나서 다시 알려드릴게요’라고 답했다. 배씨는 이후 ‘5시에서 5시 반 사이라고 해요.  보건비서랑 통화해보삼요’라고 알려줬다.

같은 날 오후 5시14분 A씨가 ‘(공관에) 도착했다’고 보고하자, 배씨는 ‘준비됐으면 2층 회의실 탁자에 놓아주시면 돼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오후 5시35분 A씨가 ‘식사 올려드렸습니다’라고 하자, 배씨는 ‘고생하삼’이라고 답을 보냈다. 배씨는 오후 7시47분 ‘끝났어요?’라고 A씨에게 물었다. A씨는 ‘네 끝났습니다. 이제 들어가보겠다’라고 퇴근 보고를 했다. A씨는 4월 24일 토요일 오후 5시14분에 출근해 7시47분에 퇴근했다. 순전히 이재명 후보 저녁 식사를 운반하기 위한 주말 출근이었다.

2021년 7월 12일, A씨는 배씨에게 이재명 후보 식사량을 보고했다. 사진=A씨 측 제공

◇ ‘의전팀’ 있었는데 식사 운반은 왜 A씨가?

A씨와 ‘보건비서’는 4월 17일(토요일)과 4월 18일(일요일)에도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4월 17일 보건비서가 ‘주말 잘 보내고 계신지요. 혹시 오늘 6시에 맞춰서 공관에 와 주실 수 있나요’라고 A씨에게 묻기도 했다. A씨가 4월 24일 이전에도 이 후보 식사 운반을 위해 주말 출근을 해왔음을 엿볼 수 있다.

A씨는 일요일인 2021년 4월 25일에도 같은 업무를 하기 위해 출근해야 했다. 그는 이날 오후 3시25분, 배씨에게 ‘7시에 식사 올린다고 맞춰 오라고 연락 받았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오후 8시22분 ‘들어가보겠다’며 배씨에게 퇴근 신고를 했다. 이날 A씨는 이 후보 식사운반만을 위해 약 1시간20여 분간 출근했다.

식사운반은 평일에도 이어졌다. 2021년 7월 12일 오후 8시23분, A씨는 이재명 후보가 저녁 식사를 한 뒤 촬영한 식판 사진을 전송하며 ‘지사님 저녁 식사 및 약 드신 사진이다. 반도 안 드신 듯하다’고 보고했다.

배씨는 ‘공관에서 어떻게 된 거지ㅠㅠ ○○○ 비서가 저녁 챙긴다고 했는데ㅠㅠ’라고 하자 A씨는 ‘의전팀에서 (식사를) 준비한 건 아닌 듯해 보인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A씨의 말처럼 별도의 ‘의전팀’이 존재했다면, 왜 식사운반을 A씨에게 맡겼는지는 의문부호로 남는다.

2021년 10월 19일, A씨는 이재명 후보 점심 식사(식판)를 촬영해 배씨에게 전송하기도 했다. /사진=A씨 측 제공

2021년 10월 19일에도 A씨는 이 후보가 먹을 점심 식사(식판)를 촬영해 배씨에게 전송했다. A씨는 ‘식사하고 계십니다’라고 배씨에게 메시지로 보고했고, 배씨는 ‘ㅇㅋ’라고 답을 보냈다.

이 후보는 김씨가 겅기도청 공무원에게 사적 심부름을 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3일 입장문을 통해 “경기도 재직 당시 근무하던 직원의 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지사로서 직원의 부당행위는 없는지 꼼꼼히 살피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직원의 일’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씨가 직접 사과한 이후인 10일에는 “공직자로서, 남편으로서 제 부족함과 불찰”이라면서도 구체적 사실관계 및 위법 여부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않았다.

결국 A씨는 김혜경씨와 이재명 후보 장남 관련 심부름을 비롯해 이 후보 본인 식사운반 등 ‘이재명 일가(一家)’의 개인 심부름을 해온 셈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선대위 측은 조선닷컴에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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