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측근인 정운현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21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정 전 실장은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낙연 캠프 공보단장을 맡아 이재명 후보 측과 수차례 충돌했었다. 민주당 선대위는 정 전 실장의 이탈이 친문, 친노 지지층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도우려고 했던 사람은 이낙연 후보였고, 거기까지가 저의 소임이었다”면서 “이재명 후보의 삶과 행태에 동의하기 어렵거니와 민주당도 이제 더 이상 우리가 알았던 그 민주당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진보 진영 명망가들이 ‘전과4범-패륜-대장동-거짓말’로 상징되는 이 후보를 지지하는 행태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제가 윤 후보를 돕기로 한 것은 차악(次惡)을 선택한 셈”이라고도 했다.

정 전 실장은 “덜 익은 사과(윤 후보)는 익혀서 먹을 수 있지만 썩은 사과(이 후보)는 먹을 수 없다” “저는 예측 불가능한 ‘괴물 대통령’보다는 차라리 ‘식물 대통령’을 선택하기로 했다”고도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정 전 실장의 선택은 민주당을 더 민주적이고 더 강한 정당으로 만들 거라고 생각한다”는 격려성 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대다수 민주당 지지자들은 “변절자” “해괴한 논리”라면서 비판했다.

정 전 실장은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을 거친 언론인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2007년엔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대변인 겸 사무처장을 맡았다. 그는 2018년 총리실 비서실장(차관급)으로 발탁되면서 이낙연 위원장의 대표적인 측근 인사로 구분됐다.

당 안팎에선 경선 후유증이 정 전 실장의 이탈에 영향을 미친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 경선의 무효표 처리 과정 등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면서 정 전 실장이 ‘윤석열 지지’로 돌아섰다는 해석이다. 특히 지난 18일 전남 순천 유세 과정에서 이 후보가 무대에 오른다는 이유로 이낙연 위원장의 연설이 도중에 잘린 것에 정 전 실장은 격분했다고 한다. 이 위원장 측인 민주당 이병훈 의원은 “순천 유세에서 정 전 실장이 수모를 당했다고 느낀 것 같다”며 “사전에 이 위원장과 상의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민주당 선대위는 ‘정 전 실장의 개인적인 이탈’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정 전 실장을 따르는 연쇄 이탈 조짐은 없는 걸로 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