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건’으로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의 유가족이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인의 생전 영상을 공개했다. 김 전 처장은 대장동 사업 핵심 인물로, 사업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자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세 차례나 넣어야 한다고 건의했는데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자필 편지를 남기고 작년 12월21일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영상은 2015년 1월 호주·뉴질랜드 출장 중 한국에 있는 딸에게 보낸 영상편지라고 유족 측은 밝혔다. 영상에서 김 전 처장은 딸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나 얼굴 너무 많이 타버렸어. 오늘 시장님하고 본부장님하고 골프까지 쳤다? 오늘 너무 재밌었고 좋은 시간이었어”라고 말한다. 당시 성남시장은 이재명 현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였고, 김 처장과 그의 상급자인 유동규 본부장(구속)과 함께 2015년 1월 6일~16일 호주·뉴질랜드 출장을 다녀왔다.
그럼에도 이 후보는 김 전 처장 극단 선택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김 처장에 대해 “하위직원이기 때문에 저를 기억하겠지만, 저는 기억에 남아있지 않은 사람”(CBS, 12월24일, 이하 2021년) “시장 재직때는 (김 처장을) 몰랐고…”(SBS, 12월25일), “시장을 할 때 이 사람의 존재를 몰랐다고 얘기했다”(채널A, 12월29일) 등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전 처장 유족들은 고인이 생전 이 후보와 찍은 다른 사진도 여러장 공개했다. 유족이 ‘2015년 1월7일 뉴질랜드 오클랜드 스카이타워 전망대 식사 장면’이라고 공개한 사진에는 김 전 처장이 이 후보 대각선 맞은 편에 앉아 식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또 ‘2015년 1월7일 뉴질랜드 오클랜드 알버트 공원’이란 제목의 사진에는 김 전 처장이 커다란 나무를 가운데 두고 이 후보와 손을 잡고 있었다.
또 유족이 공개한 김 전 처장 휴대전화의 전화번호록 파일에는 이 후보의 전화번호가 2009년 6월 저장된 것으로 나오며, 당시 저장명은 ‘이재명 변호사’였다. 이 후보에게 김 전 처장이 단순한 ‘성남시장 시절 하위직’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이 후보가 출장 도중 골프를 친 것 아니냐는 의혹은 앞서 나온 바 있다. 이기인 국민의힘 성남시의원은 지난해 12월 이 후보가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위치한 빅토리아산에서 김 전 처장, 유 본부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이 사진에서 이 후보의 모자에는 골프 칠 때 쓰는 ‘볼 마커’가 달려있다. 하지만 출장 보고서에는 골프 관련 내용은 전혀 들어가 있지 않았다. 이 후보 측은 이에 대해 여러 차례 연락에도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권성동·김은혜 의원은 “대장동 사건 몸통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데도 구속과 죽음으로 꼬리만 잘리고 있다. 범죄의 설계자인 몸통은 끝까지 고인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뻔뻔스럽게 활보하고 있다”며 “고인과 유족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길은 결국 특검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