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거 운동용 단체 채팅방(단톡방)에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 장관은 선거 관련 형사사건을 최종적으로 수사·기소하는 검찰 사무를 관장하는 책임자다. 공무원 정치 중립 의무에 관한 논란이 제기된다.

23일 조선닷컴 취재 결과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특보단은 텔레그램 단톡방인 ‘[소통방] 이재명 후보 총괄특보단’을 운영하고 있다. 채팅방이 만들어진 정확한 시점은 확인할 수 없었다.

22일 기준 해당 단톡방에서는 전·현직 국회의원과 이 후보 특보 3000여명이 활동 중이었다. 이 후보를 위한 선거 운동에서 인력 동원 요청, 이 후보 홍보용 온라인 이미지나 선거 관련 기사 전파 등이 이뤄졌다.

특히 이 단톡방에서는 선대위 산하 위원회 정·부위원장 모집 공지가 올라왔고, 갤럽과 한국리서치, 공정, 리얼미터 여론조사 수신 번호를 공유하며 해당 번호의 전화가 걸려오면 받을 것을 독려하는 등 등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협조 요청도 오갔다.

총괄특보단 단톡방에선 '현장'의 요청이 바로 들어와 이를 수행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21일 열렸던 대선 후보 토론회 땐 이 후보 측의 요청을 받고 이를 전달해 재공지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 방에서 활동하는 민주당 전국대의원 A씨는 이날 “현장에서 요청이 와서 알립니다. 우리 후보 응원해 주실 분들 마포 상암동 MBC 정문 앞으로 모여주세요. 오늘 TV토론 장소입니다”라며 “인원이 너무 부족해 보입니다. 각 후보 지지자들 중 우리 후보 지지자분들이 상대적으로 적어요”라고 했다.

이에 근처에 산다고 밝힌 한 특보가 “파란색 옷이 없어도 갈 수 있는지, 대기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고 되묻자, 총괄특보단 팀장 B씨는 “가능하다”고 답했다.

선대위 본부의 긴급 요청 사항도 그대로 공지됐다. 또 다른 특보는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의 전달과 공유, 지지자들의 적극적인 선거 캠페인 참여를 위해 텔레그램 방을 운영한다”며 링크를 공유하기도 했다.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고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금지돼 있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공무원은 정당이나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다. 그럼에도 박 장관은 현직 공무원 신분으로 선대위 산하 조직 단톡방에 참가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장관이 법을 위반했다고 즉답하긴 어려운 사안”이라며 “공무원의 신분과 선대위 특보단 성격 등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한 변호사는 “박 장관이 단톡방에서 적극적으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등을 요청하는 선거운동을 한 사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가입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단톡방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동조하는 것으로 오해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공직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상 정치 운동의 금지에 위반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과 법무부는 22일부터 시작한 여러 차례 연락에도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았다. 대신 취재가 시작된 뒤, 진성준 의원을 제외한 모든 전·현직 의원과 박 장관이 단톡방에서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특보단 관계자는 “박 장관이 언제부터 단톡방에 있었는지, 어떤 경위로 들어오게 됐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