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욱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우주개발 진흥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23일 종합편성채널(종편)을 향해 “확실하게 선택할 것을 요구한다. 정치적 중립으로 공정성을 회복할 것인가 아니면 노골적 대선개입으로 대선 후 소멸의 길을 걸을 것인가”라고 했다. 이 의원은 본지 통화에선 “방송법 개정을 통해 종편 수를 줄이거나 아예 없앨 수도 있다”고 했다. 종편 재승인 허가 권한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를 소관하는 국회 상임위원장이 종편 폐지를 직접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종편 시사토크쇼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배우자 김건희씨의 의혹보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배우자 김혜경씨의 의혹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이 대선을 앞두고 언론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은 “언론에 대한 명백한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날 선대위 본부장단 회의에서 종편을 향해 “며칠 전 페이스북을 통해 1차 경고했다. 다시 한 번 경고한다”며 “정치적 중립으로 공정성을 회복할 것인가 노골적인 대선개입으로 대선 이후 소멸의 길을 것인가. 다시 한 번 선택하기를 요구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지난 19일엔 페이스북에 “국회 과방위원장으로서 엄중히 경고한다. 종편은 대선 개입 그만할 것을 촉구한다”며 “칼 같은 잣대를 들이대면 여기 종편들은 모두 재승인 탈락 대상”이라고 했다. 집권 여당 소속 과방위원장 직위를 내세워 종편 존폐 여부를 결정하는 재승인 문제를 언급한 데 이어, 이번엔 ‘소멸의 길’을 거론한 것이다.

이 의원은 “종편의 결과는 황색 저널리즘의 완성”이라며 “종편이 형성하는 토크쇼 형식 보도 프로그램은 정치 황색 프로그램의 대명사가 됐다”고 했다. 이 의원은 “대표적인 사례가 ‘김혜경 172분, 김건희 17분 방송’”이라며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배우자에 대한 이슈 편성에서도 극도의 편향성을 보여준다”고 했다. “종편에 상식의 눈을 떠달라고 얘기하는 것은 무리냐”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오른쪽) 의원이 23일 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우상호(왼쪽) 총괄 선대본부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의원이 근거로 든 ‘김혜경 172분, 김건희 17분 방송’은 친여(親與) 성향의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한 주간 종편 4사 시사대담 프로그램을 분석했다며 낸 자료다. TV조선·채널A·MBN·JTBC가 방송한 대선 관련 대담을 분석했더니, 김혜경씨 관련 의혹은 4사가 합쳐서 총 172분을 방송한 반면, 김건희씨 의혹은 17분에 그쳤다는 것이다. 민언련은 “공정성을 어긴 방송시간”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시는 김혜경씨 법인카드 의혹 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졌고, 김씨가 직접 사과 기자회견(9일)을 해 여론의 주목도가 높은 시점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대로 ‘김건희 7시간 통화 녹취록’이 보도됐던 지난달엔 되레 김씨 이슈를 다룬 방송이 많았다. 이 때문에 민언련 조사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민언련은 지난 1월 전국언론노조 등 언론·시민사회 단체들과 함께 ‘대선미디어감시연대’를 발족해 기존 신문·방송뿐 아니라 유튜브와 포털뉴스까지 감시 활동 폭을 높였다. 하지만 친여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나 다스뵈이다 등이 노골적으로 이 후보 편을 드는 것에 대해선 언급한 적이 없다.

하지만 이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김혜경씨 이슈가 집중된 시점을 고려하더라도 종편이 선거운동 시작 시점(지난 15일)이 다가오니 더 노골적으로 이를 방송한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이런 식의 편향된 방송이 계속된다면 180석이 있는데 법이라도 바꿔내 싸우겠다”며 “종편을 2개로 줄일 수도, 아예 없앨 수도 있다”고 했다. 야당 반대가 있더라도 여당의 압도적 의석수로 방송법을 개정해 종편을 폐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언론자유에 대한 명백한 협박”이라며 “이 의원을 과방위원장직에서 퇴출해야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