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27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으로부터 후보 단일화 협상 결렬 통보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지난 3주간 있었던 협상 경과를 공개했다. 야권에선 투표용지 인쇄 시작을 하루 앞둔 이날을 사실상 단일화 시한으로 봤다. 그런데도 단일화 성사의 돌파구가 열리지 않자 윤 후보가 “단일화를 위해 할 만큼 했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반면 안 후보는 “윤 후보 측 제안은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결렬 책임을 윤 후보에게 넘겼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27일 경북 포항 북구 북포항우체국 앞에서 주먹을 쥐고 연설을 하고 있다. 윤 후보는“박정희 대통령께서 키운 포항을 윤석열이 재도약시키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덕훈 기자

윤 후보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이제는 단일화를 열망해오신 국민께 그간의 경과를 말씀드리는 것이 도리”라며 “어제 양측의 전권 대리인들이 최종 합의를 이뤘지만 오늘 아침 단일화 결렬 통보를 안 후보 측으로부터 최종적으로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윤 후보는 “국민들의 열망인 정권 교체를 위한 야권 통합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며 단일화 가능성을 닫지는 않았다.

윤 후보가 공개한 협상 일지를 보면 지난 7일 국민의당 최진석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이 윤 후보에게 전화해 단일화 조건을 먼저 제안하면서 양측 논의가 시작됐다. 최 위원장은 당시 윤 후보에게 ‘안 후보와 교감 후 연락한다’고 했다고 한다. 이후 윤 후보 측근인 장제원 의원이 지난 11일부터 안 후보 측근인 이태규(국민의당 총괄 선대본부장) 의원과 비공개로 협상에 들어갔다.

윤석열 후보 측이 밝힌 단일화 협상 결과

장·이 의원이 논의에 들어간 지 이틀 만인 지난 13일 안 후보가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 후보를 정하자고 제안하면서 단일화 문제가 물 위로 올라왔다. 그러나 지난 15일 국민의당 유세 버스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협상이 돌발 변수를 만났고 안 후보는 지난 20일 단일화 제안 철회를 선언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장·이 의원은 협상을 계속 진행했다. 윤 후보는 이때부터 두 사람은 ‘후보의 전권 대리인’ 자격으로 협상을 진행한 것이라고 했다. 장·이 의원은 주말인 26~27일 두 차례에 걸쳐 비공개 협상을 진행했다.

두 사람은 26일 오후 2~4시 회동 때 단일화와 관련한 최종안에 합의했고, 그 결과가 윤·안 후보 모두에게 보고됐다고 윤 후보는 밝혔다. 그런데 그날 밤 9시쯤 이 의원이 장 의원에게 “‘완주 철회를 위한 명분을 더 제공해달라’는 안 후보의 요청이 있었다”고 전해왔다고 한다. 이에 윤 후보는 장 의원을 통해 이 의원에게 “안 후보 자택을 방문해 정중히 단일화 요청을 하겠다”는 뜻을 전했는데, 안 후보 측 답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안 후보는 윤 후보의 자택 방문 제안을 받고서 귀가하지 않고 전남 목포로 이동했다고 한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이날 전남 여수시 이순신광장 유세에서“지금 있는 모든 후보 중에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만들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안철수밖에 없다”고 했다. /연합뉴스

장·이 의원은 27일 0시 40분부터 오전 4시까지 3시간여에 걸쳐 다시 심야 협상을 벌였다. 그 결과 “윤 후보가 27일 오전 안 후보에게 회동을 제안하는 공개 기자회견을 연다”는 데 의견 접근을 이뤘다고 한다. 하지만 윤 후보는 “아침 9시 안 후보 측으로부터 단일화 결렬 통보를 최종적으로 받았다”고 했다.

이에 안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 측에서 한번 이야기를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고 해서 이태규 의원이 그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며 “‘전권 대리인’ 같은 개념은 없다”고 했다. 안 후보는 그러면서 “(윤 후보 측에서) 오늘 아침에 전해온 내용을 듣고 그 내용이 (이전과)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에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 전부”라고 했다. 안 후보는 단일화 여지를 묻자 “시한이 종료됐다고 분명히 선언했다”고 했다. 이태규 의원도 입장문에서 “윤 후보 측이 제시한 단일화 방향과 내용이 상호 신뢰를 담보하기에는 불충분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윤 후보 기자회견은 단일화 결렬 책임을 안 후보에게 떠넘기려는 의도”라고 했다. 반면 윤 후보 측에선 “안 후보가 막판에 협상을 결렬시킨 진의(眞意)를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