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7일 국무총리 국회 추천과 실질적 다당제 구현을 위한 선거제 개편,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을 위한 개헌 등을 골자로 하는 정치개혁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저녁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국민통합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결렬됐다는 발표가 나온지 반나절만에 속전속결로 개혁안 처리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이 같은 개혁안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새로운 물결 김동연 후보와의 연대 고리로 내세우고 있다. 투표용지 인쇄일(28일) 전날 야권 후보 단일화가 무산됐다는 소식에 반색한 민주당 이재명 후보 측이 표정관리를 하면서도 안 후보를 향한 구애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야권 관계자는 “민주당은 선거 직전까지 야권 단일화를 안심할 수 없다고 보고 안 후보가 관심을 보이는 ‘정치개혁안’을 서둘러 당론 채택으로 입증해 보이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안 후보를 윤 후보의 반대 진영에 묶어두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발표한 결의문에서 위성정당으로 선거개혁을 실종시킨 ‘승자독식 정치’, 우리 잘못에는 눈감는 ‘내로남불 정치’, 민생 현실과 동떨어진 ‘소모적 대결 정치’, 민주당이 먼저 반성한다”면서 “이제 기득권 대결정치를 청산하고 국민 통합 정치로 가자”고 밝혔다. 이들은 “안철수의 새로운 정치, 심상정의 진보정치, 김동연의 새로운 물결도 같은 방향”이라며 “다당제와 정치개혁을 찬성하는 정치세력은 모두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지금이 정치개혁의 최적기이자 기회”라면서 “더불어민주당은 당의 명운을 걸고 반드시 정치를 바꾸겠다”고 했다.
정치개혁안의 주요 내용에는 먼저 국민통합 정부를 위한 실천 방안으로 여야 협의로 국무총리를 추천하고 인사제청 절차를 법률로 제도화하는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도입이 포함됐다.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개헌 전이라도 국회와 협의해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명할 수 있고 차기 총리에 대한 임명 동의 전까지는 임기를 보장하고 총리의 국무위원 임명 제청 절차를 법률로 정할 수 있다”며 “그러기 위해 청와대 정부에서 국무위원 정부로의 개혁안”이라고 했다.
국정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여야정 정책협력위 구성, 여야 대표가 참여하는 초당적 국가안보회의 설치, 양극화 극복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위원회 구성 등도 과제로 제시됐다.
선거제 개혁안과 관련해서는 승자독식을 방지하고 실질적인 다당제 구현을 목표로 총선용 위성 정당을 방지하기 위한 연동형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 지방선거에서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이 포함됐다.
중장기적으로 민생기본권과 자치분권 강화, 권력구조 민주화를 중심으로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 감사원 국회 이관 등 내용이 담긴 개헌도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날 논의안 중 당장 올해 6월 지방선거 적용을 위해 기초지방의원 선거에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김영배 의원 대표 발의안과 지역구 의석수 50% 이상 추천 정당의 비례대표 의석수 50% 추천을 의무화하는 민형배 의원 대표발의안 등 공직선거법 개정안 2건을 대선 직후 처리할 방침이다.
나머지 과제에 대해선 당내에 ‘국민통합 헌정개혁추진위원회’를 설치해 세부개혁안을 마련한 다음 국회에 ‘헌정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당장 필요한 입법부터 우선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앞서 송영길 대표가 발표한 정치개혁안과 이재명 후보의 통합정부 구상을 뒷받침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지난 25일 TV토론에서 정치개혁안에 대해 “제가 당론으로 확정해 의총에서 결정될 수 있도록 보여드리도록 하겠다”면서 “그래야 정말 믿으실 것 같다”고 했었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24일 기자들이 ‘민주당이 선거제 개혁 추진을 발표하면서 안 후보가 평소 말하던 정치교체와 생각이 일맥상통한다고 했는데, 어떤 입장이냐’고 묻자 “그렇게 소신이 있으면 그렇게 실행을 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28일 페이스북에서 민주당 의원총회와 관련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개혁안 처리를 위한 정개특위 소집같은 구체적 실천방안은 없고, 그저 말과 하품만 난무한 하나마나한 ‘맹탕 의총’이었다”면서 "
대선이 임박한 이 시점에 왜 뜬금없이 정치 개혁안을 들고 나온 것인지 그 속셈이 너무나 뻔해 한심할 지경”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위한다고 핑계를 대지만, 정작 국민보다는 안철수 후보와 심상정·김동연 후보에게 환심을 사기 위한 맞춤형 꼼수 아닙니까”라며 “2년 전 총선 때는 ‘위성 정당’ 꼼수로 국민을 속이고, 야당을 속인 민주당, 그 낯짝 한번 참 두껍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치개혁 제대로 하자”면서 “대장동 이재명 게이트처럼 비리와 특혜로 얼룩진 범죄사건의 실체를 특검을 통해 밝히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진정성 있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