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통령 후보가 28일 호남에서 이틀째 유세를 이어갔다. 안 후보는 유세에서 “민주주의는 자격이 있는 사람, 나라를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을 당선시켜야 한다”면서 대선 완주 의지를 거듭 밝혔다. 그러나 안 후보는 대선 출마 명분으로 내걸었던 “정권 교체”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전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 결렬’ 공방을 벌인 이후 안 후보 유세 현장에선 ‘정권 교체’라는 단어가 사라졌다는 말이 나왔다. 안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인명진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정권 교체가 우선”이라며 안 후보 지지 철회를 밝혔다.
안 후보는 이날 아내 김미경(서울대 교수)씨와 함께 전북 고창·정읍·전주·익산에서 유세를 벌였다. 김미경씨가 지지자에게 “완주합니다. 반드시”라고 말하자, 안 후보는 “저희 둘 다 마라톤 풀코스를 3번 완주했다”고 했다.
안 후보는 27일부터 1박 2일 동안 호남에서 유세하면서 ‘정권 교체’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안 후보가 최근 여권보다 국민의힘과 더 거리를 두는 인상을 준다”는 말이 나왔다. 안 후보는 전날 광주(光州)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합해 바른미래당을 만든 것에 대해 “사죄드린다”고 했다. 안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공동대표를 하다가 국민의당을 독자 창당해 2016년 총선 때 38석을 얻어 제3당에 올랐다. 이후 2018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서 탈당한 인사들이 창당한 바른정당과 합당했다. 야권 관계자는 “바른정당과의 합당으로 안 후보의 정치적 위치가 현 여권에서 보수 야권으로 바뀌었는데 안 후보가 단일화 결렬 국면을 기점으로 국민의힘과 선을 긋는 모양새”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 인사들은 안 후보에게 다가서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안 후보가 지난 23일 울산 유세 때 윤석열 후보를 겨냥해 “무능한 후보를 뽑아서 그 사람이 당선된다면 1년 지나면 그 손가락을 자르고 싶을 것”이라고 한 발언 영상을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정 의원은 “윤석열 의문의 1패. 안철수의 명연설”이라고도 적었다. 안 후보는 이 연설에서 “주술에 씐 듯 정권 교체를 하면 다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정치권에선 ‘안 후보가 윤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을 무산시킨 이유가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라는 내용의 미확인 지라시가 돌기도 했다. 국민의당 선대위는 “민주당과 공식·비공식적으로 어떠한 논의도 협의도 제안도 검토한 사실이 없다”며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세력에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28일에도 단일화 무산 책임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전권 대리인’ 협상 과정에서 두 후보가 대통령직인수위 단계부터 대등한 자격의 공동 인사권을 행사하기로 합의했었다”며 “윤 후보가 이를 보고받아 승인했고, 안 후보 역시 ‘오케이’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차기 정부 장관 인선이나 청와대 인사 과정에서 윤·안 후보 중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사실상 인사를 할 수 없도록 명문화하자는 데 잠정 합의를 이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안 후보 측 이태규 총괄 선거대책본부장은 “그분들(윤 후보 측)이 단일화에 손을 잡아 달라고 간청을 해서 선의로 손을 내밀었다가 오히려 제 손목이 잘려나간 듯한 불쾌감과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다만 윤 후보 측의 ‘공동 인사권 행사’ 제안 사실은 인정하면서 “그 내용을 안 후보에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그러나 안 후보는 기자들에게 “어떤 세부 내용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인명진 전 위원장은 본지 통화에서 “안 후보를 지지했지만 정권 교체가 더 우선인 가치”라며 “안 후보가 완주하면 정권 교체가 안 되니, 지지를 철회하고 정권 교체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인 전 위원장은 3월 1일 이용구 전 중앙대 총장, 김준용 국민노조 사무총장, 임삼진 전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안 후보 지지 철회 의사를 밝히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