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4일 국내 최대 여성 인터넷 커뮤니티 중 하나인 '여성시대'에 올린 영상 일부. /유튜브 '재명이네 소극장' 캡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4일 다음 카페 ‘여성시대’에 글과 영상을 올려 “여성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른바 ‘여시’라고도 불리는 여성시대는 회원 수가 82만명이 넘는 국내 최대 여성 인터넷 커뮤니티다. ‘최후의 부동층’이라 불리는 20대 여성 유권자에게 다가가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이날 여시 카페에 “여시님들 안녕하세요.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이재명입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그동안 여러분의 뜻을 저버리고 정치권이 보여준 수준 낮은 행태에 많이 실망했으리라 생각한다”며 “저 역시 후보로서 많이 죄송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고치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여성들은 사회구조적 차별과 불안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젠더 갈등을 부추기며 여성과 남성 모두를 힘들게 하는 정치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모두가 존중받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의 이같은 발언은 여성가족부 폐지 등 20대 남성 유권자, 이른바 ‘이대남’을 의식한 정책을 펴고 있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제가 만들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삶은 여시님들이 바라는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사는데 있어 안전함을 느끼고 미래에 희망을 걸 수 있는 삶을 만드는 역할을 저 이재명이 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자신의 공약인 ▲’데이트 폭력 처벌법’ 신속 제정 ▲성범죄 처벌 대폭 강화 ▲여성 1인가구 주거안전시설 지원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고용평등 임금 공시제 ▲여성 청소년 생리대 구입비 지원 사업 확대 등을 언급했다. 모두 20대 여성 유권자들의 관심과 반향이 큰 공약들로 평가 받는다.

이 후보는 “민생을 챙기고 경제를 살리고 여성이 안심하고 존중받는 삶을 만들겠다”며 “여시님들 간곡히 부탁드린다. 반드시 해내겠다”고 했다. 글과 함께 첨부한 영상에선 “여성들이 차별받지 않고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이재명이 꼭 만들겠다. 많이 도와달라”고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이같은 행보를 놓고 주요 선거 때마다 여당의 우군(友軍) 역할을 해온 ‘2030 유권자의 결집’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후보는 지난 2일 TV토론에서 오거돈·박원순·안희정 등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의 성범죄에 대해 재차 사과했고, 민주당은 4일 이 후보 요구에 따라 공군 성폭행 피해자인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에 대한 상설특검법을 발의했다.

'n번방' 사건을 처음 공론화한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추적단 불꽃 활동가)이 지난 2월 9일 서울 마포구 미래당사에서 이재명 후보와 대담을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이 후보는 이날 오후에도 페이스북에 이른바 ‘N번방 사건’을 폭로한 것으로 알려진 박지현 활동가의 지지 연설 영상을 올리며 “대통령 후보의 공약이 그 자체로 어떤 국민들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고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반드시 여성 안전을 지키는 대통령이 되겠다 다짐한다”고 썼다. 박씨는 지난 1월 민주당 선대위에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합류했다. 그는 2일 소셜미디어에서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2030 여성분들의 후보 지지율이 많이 올랐다” “2030여성의 결집이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