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 여성 전용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지지 호소 글과 영상을 올렸다. 그런데 그 글을 올린 계정(필명 또는 아이디)이 과거 해당 카페에 700차례 가까운 글(댓글 포함)을 올렸고, 그 중 상당수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폄하·비방하는 이른바 ‘밭갈이(친여·반야 분위기 조장·선동) 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이 인터넷이 알려지기 시작한 가운데 과거 게시했던 글 대부분이 지워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4일 국내 최대 여성 인터넷 커뮤니티 중 하나인 '여성시대'에 올린 영상 일부. /유튜브 '재명이네 소극장' 캡처

4일 오후 6시45분 이 후보는 다음(DAUM) 카페 ‘여성시대’에 ‘여시님들 안녕하세요.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이재명입니다’라는 제목을 글과 함께 인사 영상을 올렸다. 여성시대는 여성 82만여명이 가입돼 있는 카페이며, 그 이용자를 줄여서 ‘여시’라 부른다.

글에서 이 후보는 “여성들은 여전히 사회구조적 차별과 더불어 불안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제는 젠더 갈등을 부추기며 여성과 남성 모두를 힘들게 하는 정치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며 “여성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데이트 폭력 처벌법을 신속 제정하고, 경기도에서 최초로 설치했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성범죄 처벌을 대폭 강화하겠다. 여성 1인 가구 주거안전시설 지원과 행복마을관리소 모델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 글은 ‘달리면서더달려’라는 계정으로 작성됐다. 이 계정은 이 후보 글을 올리기 전까지 게시물 313건, 댓글 383건을 남긴 것으로 기록됐다. 한번 접속할 떄마다 평균 10개씩 글을 남긴 것이다. 그 일부를 확인한 결과, 윤 후보를 비방하는 글, 이 후보를 홍보하는 글이 여럿 발견됐다.

달리면서더달려는 3일 “[아주경제·윈지] ‘李 45.4% vs 尹 45.2%’…安 지지층 42.9% ‘尹 절대 비토’”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뒤, “안심할만한 차이는 아니다ㅠㅠ 여시(여성시대 회원)들아 꼭 투표하자!!!!!제발!!! 윤만은 막자!!!!!ㅠㅠ”라는 글을 썼다. 같은 날 ‘이재명이 사전투표 독려하는 방법(링크)’라는 제목을 글을 또 올리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재명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뜰살뜰하게 사전투표 독려 자보 만들어놨네ㅋㅋㅋㅋㅋㅋㅋㅋ 여시들도 들가봐!! 나 이거 어떻게 퍼오는지 모르겠음ㅠㅠ 문제시 삭제!”라고 했다.

달리면서더달려는 같은날 또 다른 글을 썼다. ‘이재명 여성공약 총정리’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여시들 안녕 내일이 드디어 사전투표날(3월4일~5일)이다!!!! 그래서 내가 이재명 여성공약 정리본 들고왔다 솔직히 말해서 포스터나 뭐 이런거 찾긴 좀 귀찮아서..ㅎ...ㅋㅋㅋㅋㅋ”라며 이 후보의 공약을 정리해 글을 썼다. “윤만은 막아보자고!!!!!!!!!”란 문장도 빠지지 않았다.

이 후보가 글을 남기기 직전인 4일 오전 11시39분엔 ‘이재명 여성공약에 엄청 공들였네(feat. 이재명선대위 일하자)’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단일화 하루만에 국민의힘 “정치개혁? 그건 안철수 생각”'이란 제목의 게시물도 올렸다. 또 이 후보 투표를 독려하는 캐릭터 소개도 잊지 않았다.

달리면서더달려는 윤 후보의 지지 모양새를 보인 다른 커뮤니티 게시글에는 윤 후보를 향해 “걸러야 될 것 아녀”라고 하거나, 윤 후보가 단일화 직후 “내 당선이 곧 정치교체”라는 발언에 대해 “ㄲㅈ(꺼져)”라는 댓글을 남겼다. 그 외 “120시간 근무 싫어요ㅠ”, “와 진짜 윤이 되면 정치보복 할 거 같음”이라는 댓글 등을 남겼다. 이 후보의 인증글에 ‘진짜 이 후보 아닌 것 아니냐’는 댓글에 “아니야... 찐임... 나도 놀랐다”는 대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해당 글을 이 후보가 직접 썼을 가능성은 적다. 여성시대는 신분증 인증 등을 거친 여자만 가입할 수 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이 후보가 쓴 글은 맞는다”면서도 “누가 그 글을 대신 올려준 것인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달리면서더달려는 이 후보 글을 올린 뒤, 자신이 남겼던 글 상당수를 삭제했다. 게시물과 댓글을 각각 300여개씩 지워, 4일 오후 10시 기준으론 게시글 7개와 댓글 12개만 남았다.

주로 윤 후보에 대한 비방 글을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4일 ‘이 시각 제일 맘 급한 국민의힘’이란 제목의 글에는 같은 날 윤 후보 지지를 선언한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와 전국위원 등에 대해 “트윗(트위터 계정) 없는 팀 막 만들어서 지지 선언 해버리기 ㅋㅋㅋㅋㅋ 개(엄청)급했나 보네”라는 글이 적혀 있었지만, 삭제됐다.

앞선 3일 달리면서더달려는 ‘윤석열 전화 받았어ㅠㅠ’라는 제목의 글에는 “아씨ㅠㅠㅠ 기분 더럽네ㅠㅠㅠㅠㅠ 아무 생각 없이 ‘여보세요?’하고 받았다가 윤석열 목소리 나와서 ‘쒰(Shit)!!!!!!’하면서 끊음. 다들 조심해”라며 윤 후보 지지 독려 전화번호를 공개했다. 하지만 이 글은 현재 보이지 않는다.

댓글로는 ‘말바꾸기 잘하는 한남(한국남자) 이재명’이라는 이 후보 비판 글에 달린 “윤보다는 나을듯~” 댓글과 ‘진심인데 이재명 떨어지면 그거 안철수 때문임’이란 글에 달았던 “진심 개짜증나”라는 댓글 등이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