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확진자와 격리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대선 사전 투표가 곳곳에서 파행하자, 여야는 일제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과 무능을 질타했다. 그러면서도 양당은 이를 ‘부정 투표’로 규정하려는 일각의 움직임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양당은 박빙 판세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이 확산돼 지지자들이 일부라도 투표를 포기할 경우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다고 보고, 지지자들에게 오는 9일 본투표에 반드시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한쪽에선 장사하고, 한쪽에선 확진자 투표하고… - 5일 부산 수영구 팔도시장 내에서 확진·격리자 사전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전국 곳곳의 사전투표소에선 확진자·비확진자 동선이 뒤섞이거나 직접·비밀투표 원칙이 훼손되는 사례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연합뉴스

확진자·격리자 사전 투표 혼선에 가장 먼저 반응한 곳은 야권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5일 오후 8시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토록 허술하고 준비되지 못한 선관위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민심을 왜곡하는 그 어떤 형태의 불법·부정·부실 투·개표를 용납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서 이날 오후 10시쯤엔 김웅·이영·유경준 등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를 항의 방문했다.

국민의힘은 6일 오전 당 회의에서 이번 사태를 “선관위의 부실한 기획과 안일한 선거 관리”로 규정하고 중앙선관위의 책임을 물었다. 아직 선거 부정으로 볼 일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준석 대표는 “선관위는 이 사태가 발생한 데에 전체적 책임을 질 인사의 즉각적인 거취 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안심하고 투표해도 된다는 중앙선관위의 말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며 “선관위는 본투표에서는 문제점이 재발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후보는 이날 서울·경기 곳곳에서 진행한 유세에서 “이것은 국민의힘 지지자 중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보수층을 분열시키기 위한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선관위의 부실한 투표 관리는 부정선거를 의심하는 유권자들을 자극해 투표 포기나 야권 내 분란을 유도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저희 당에서 철저하게 감시하고, 정권이 바뀌면 그 경위를 철저하게 조사할 테니 걱정 마시고 3월 9일에 빠짐없이 투표해달라”며 “투표하면 무조건 이긴다. 그런데 투표 안 하면 진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중앙선관위의 부실 관리를 비판했다. 이재명 후보는 5일 저녁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늘 코로나에 확진되신 분들이 투표하는 과정에서 많은 불편을 겪으셨다고 한다”며 “본투표에서는 불편과 혼선이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히 조치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서영교 의원도 사전 투표의 ‘혼선’과 ‘불편’에 대해 “국민께 양해를 구하고, 보완해야 할 부분을 찾아 대책을 마련해 본투표에서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총괄선대위원장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최고의 역량을 자랑하던 대한민국 선관위가 맞느냐”며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명과 사과를 해야 옳다”고 했다. 이 전 총리는 중앙선관위가 “불편을 드려 안타깝고 송구하다”는 입장문을 내자 재차 글을 올려 “입장 표명이 왜 이리 불성실하냐. 이것을 해명과 사과라고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 어디가 고장 난 것이냐”고 맹비난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이날 중앙선관위를 항의 방문했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확진자 투표 진행 과정에서 일부 혼선이 있었던 점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선관위 차원의 대국민 사과가 불충분하다.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엄중한 문책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에선 중앙선관위를 공격하는 야당을 되레 비판하는 이야기도 나왔다. 우상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선관위는 중립 조직인데 국민의힘이 이걸 정부 무능으로 몰고 있다”며 “정치 공세를 하고 공정성 시비의 불씨를 만드는 것 같아 불온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