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번남’ ‘2번남’이라는 단어가 인터넷 세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특히 지난 6일엔 방송인 김어준씨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유튜브에서 해당 단어를 도표까지 보여가며 상세하게 소개, 확산세에 기름을 부었다.
‘1번남’의 뜻은 ‘기호 1번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뽑은 2030 남성’이고, ‘2번남’은 ‘기호 2번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뽑은 2030 남성’이다. 친여 인사들과 여권 지지자들은 “‘1번남’은 잘생긴 인싸·훈남, ‘2번남’은 못생긴 찐따”라고 규정하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확신시키고 있다.
‘1번남’과 ‘2번남’ 이론은, 이 후보 지지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디시인사이드 ‘남자연예인 갤러리’(남연갤)에서 지난 3일쯤 시작됐다.
남연갤 회원들은 전날 진행된 ‘예비역 장병 7만명, 이재명 후보 지지결의대회’에서 훈훈한 외모의 예비역 장병 두 명을 ‘콕’ 찝은 뒤 “역시 1번남은 잘생겼어”, “완벽한 1번남”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었다. 이후 이들의 ‘훈남 찾기’는 계속됐다. 이 후보 지지자 중 본인들이 마음에 드는 남성들을 발견하면, 사진을 캡처해 발빠르게 공유했다.
이에 대비할 ‘못생긴 2번남’으로 최근 급격히 살이 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선택됐다. 네티즌들은 본인들이 ‘훈남’이라고 생각한 이 후보 지지자들과 이 대표의 사진을 이어 붙인 뒤 “1번남과 2번남의 현실”이라는 조롱성 게시물을 만들었다.
외모 비교가 이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자, 이번엔 ‘1번남·2번남 차트’가 등장했다. 차트에서 1번남은 ‘스윗남’ ‘싹싹한 청년’ ‘연애·결혼이 가능한 남성’ ‘할아버지·할머니에 기특한 손자’, ‘용돈주는 삼촌’으로 연결됐다. 온갖 나쁜 단어는 ‘2번남’ 차지였다. ‘찐따’, ‘일베충’, ‘꼰대’, ‘한남충’(한국 남자+벌레) 등이 대표적이었다.
‘1번남·2번남 차트’는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등에 빠른 속도로 퍼졌다. 그 중심에는 친이(친이재명) 성향의 커뮤니티 ‘여성시대’가 있다. 여성시대는 회원수가 82만명이 넘는 국내 최대 여초 커뮤니티로, 이슈가 터질 때마다 회원들이 발빠른 행동력으로 타 커뮤니티에 게시물을 전파한다. 여성시대 회원들은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잘생긴 1번남’ 프레임을 퍼뜨렸다.
블라인드에는 이런 투표글도 올라온 적 있다. ‘여성 유권자들 진짜 1번남 2번남 보임?’ 1번남과 2번남을 구분할 수 있냐는 질문이다. 글이 올라온 지 44분 만에 753여명이 투표했다. 718명이 “보인다”고 답했고, 단 9명만이 “안 보인다”고 했다. 게시글 밑에는 “안 보이는 게 이상하지”, “논문 써도 될 정도다”, “눈빛부터 다름”, “여자들 앞에서 이준석 칭찬한 적 있는 2번남들은 85%의 확률로 속으로는 걸러졌다고 생각하면 됨”, “외모만 봐도 구분 가능” 등의 댓글이 달렸다.
‘1번남·2번남’ 프레임이 지지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자, 친이 스피커들이 동참했다. “드디어 젊은 여성들이 이 후보의 장점을 보기 시작했다”고 했다.
김어준씨는 6일 유튜브 ‘다스뵈이다’에서 ‘1번남·2번남 차트’를 띄운 뒤 “다들 1번남이 되고 싶지 않겠냐”며 껄껄 웃었다. 그러자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번남은 (자기가) 1번남이라고 말할 수 있을텐데, 2번남은 말하지 못하지 않겠냐”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자 당사자이자 ‘피해자’인 이준석 대표가 공개 비판에 나섰다. 그는 방송에서 “1번남, 2번남은 차별금지를 입에 담는 사람들 입장에서 하면 안 되는 행동”이라며 “과거 지역 감정에 있어서 호남 사람, 영남 사람으로 갈랐던 것처럼 굉장히 안 좋은 어떤 양태가 온라인에서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윤 후보 지지자들도 반격에 나섰다. 김어준씨, 방송인 김제동씨, 박주민 민주당 의원, 김어준씨, ‘나는 꼼수다’ 김용민씨 등의 사진 중에서도 특히 못나온 사진을 골라 붙인 뒤, ‘미화 필터 뺀 1번남의 현실’이라는 게시물을 만들어 퍼뜨렸다.
1번남·2번남 논쟁과 외모 비교 싸움이 주류 정치권까지 번지는 데 대한 불만도 나온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를 지지한다는 직장인 여성 엄모(33)씨는 “제3자 입장에서 보면, 1번남과 2번남 기준이 크게 납득되지 않는다. 심지어 유머 콘텐츠로 웃기지도 않는다”며 “수준낮은 차별적 싸움은 그만 보고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