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등 지도부가 10일 20대 대통령선거 패배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지도부 총사퇴를 선언했다. 송 대표의 사퇴는 지난해 5월 2일 취임한 지 약 300여일 만이다. 민주당은 윤호중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역대 최소 격차 석패에 당 일각에서 ‘질서있는 수습’도 거론됐지만 쇄신하는 모습을 보이자는 차원에서 정공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가진 뒤 기자회견을 열어 “저는 책임 정치를 강조해왔고, 당대표로서 대통령 선거의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당대표로서 승리로 보답하지 못해 너무나 죄송하다”며 “이제 평당원으로 돌아가 당의 발전과 5년 뒤로 미루어진 ‘4기 민주정부’ 수립을 위해 어떠한 수고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반구제기(反求諸己·'화살이 적중하지 않았을 때 자기에서 원인을 찾는다’는 의미)의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송 대표는 “이번 대통령 선거는 전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치열했다”며 “이재명 후보도 고생했고, 윤석열 당선인은 축하한다. 국민통합에 애써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당원 동지들과 이 후보를 지지한 1600만명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며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농부가 밭을 탓하지 않듯이 국민을 믿고 다시 시작하자”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용민·최강욱·전혜숙·백혜련·이동학·김영배·김주영 최고위원, 김영호 당대표 비서실장, 고용진 수석대변인 등 지도부 의원들도 참석해 사퇴에 뜻을 같이했다.
송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 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이 후보 선거운동에 매진했다. 하지만 올해 1월 다리 부상으로 수술을 받았고, 2월에는 모친상을 당하는 등 불운이 잇따랐다. 선거 직전인 지난 7일에는 서울 신촌에서 유세 도중 한 유튜버로부터 ‘망치 피습’을 당해 응급실에서 수술을 받기도 했다. 송 대표는 막판 머리에 붕대를 감고 나와 이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10일 해단식에서는 “민주당에 대한 국민들의 미움이 아직 가시지 않은 것 같다”며 “우리가 부족했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겸허한 자세로 민생 과제를 실천하는 민주당이 되자”고 했다.
송 대표 등 지도부 총사퇴로 민주당 리더십은 6월 지방 선거를 석달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진공 상태’에 빠지게됐다. 윤호중 원내대표가 당분간 비대위원장을 맡기로 한 가운데, 여당에선 5월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를 이달말로 앞당기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여기서 선출되는 원내대표가 실권을 가진 비상대책위원장도 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11일 의원총회를 소집해 의견 수렴을 할 계획이다. 한편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이재명 후보를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