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당선이 유력시되면서 윤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후보직을 사퇴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새 정부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게 됐다. 윤 후보와 안 대표는 사전투표 하루 전인 지난 3일 후보 단일화를 하면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공동 정부 구성까지 함께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안 대표가 새 정부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는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에선 안 대표가 새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윤·안 후보 단일화 논의 과정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통화에서 “안 대표가 강조한 과학과 실용의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직접 국정 운영에 참여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단일화 협상에 들어가기 전 지인들에게 “안 대표가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축을 이끌어주면 어떻겠느냐”고 했다고 한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윤 후보 핵심 공약이다. 윤 후보 측 일각에서는 안 대표가 ‘과학기술 강국’을 강조한 만큼 과학기술부총리를 맡기는 게 어떻겠냐”는 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안 대표 측은 “그 정도를 공동 정부라고 하기엔 부족하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안 대표는 조만간 꾸려질 대통령직인수위 위원장을 맡을 가능성도 있다. 안 대표가 윤 후보 측 인사들과 공동 정권 인수 작업을 해야 자기가 대선 캠페인 때 주장해온 국정 철학과 비전을 새 정부 정책 기조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 합당한 뒤 당대표직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안 대표는 지난 3일 단일화 선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꼭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는 지금의 국민의힘을 보다 더 실용적인 정당, 중도적 정당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 대표 측은 “안 대표가 단일화를 결심한 이유 중 하나로 ‘지난 10년간 정치권에서 많은 노력을 했지만, 그걸 성과로 보여주는 행정 업무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당권에 도전하더라도 그 시기는 국정 운영에 참여하고 난 뒤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