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윤석열 후보 승리가 유력해지면서 5년 만에 여당(與黨) 자리를 되찾을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윤 후보는 취임하더라도 110석에 불과한 소수 여당을 발판으로 정권을 운영해야 한다. 상대는 172석의 더불어민주당이다. ‘거대 야당’이 될 민주당 동의가 없으면 윤 후보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없는 상황이다. 친(親)민주당 성향의 군소정당 의석까지 합하면 180석이 넘는 범야(汎野)는 마음만 먹으면 자기들이 원하는 쟁점 법안도 처리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정권 교체와 함께 조성될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을 두고 “국회 재석 과반 동의가 필요한 윤석열 정권 초대 총리 인준안 처리가 협치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일차적으로 새 정권 출범 전 국민의당과 합당을 완료하고 민주당과의 ‘협치’를 모색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4석을 확보하면서 의석수를 110석으로 늘렸다. 대선 후 합당을 공식화한 국민의당(3석)을 더하면 113석이 된다. 반면, 제1야당이 될 민주당은 172석, 여기에 무소속(7석) 중 민주당 성향 의원 6명을 합하면 실질적 의석수는 178석에 이른다고 볼 수 있다. 정의당(6석), 기본소득당(1석), 시대전환(1석)도 21대 국회 전반기에 국민의힘보다는 민주당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후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집권했을 때 여당이 원내 제1당이 아니었던 적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7년 12월 대선이 유일했다. 당시 128석 한나라당은 원내 1당이었던 대통합민주신당(142석) 반대에 부딪혀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이 전 대통령 취임 두 달 만에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집권 한나라당이 153석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서 단기간에 해소됐다.
반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2024년 4월 총선 때까지 2년 이상 현재의 의석수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민주당이 제동을 건다면 입법이나 인사, 예산 편성 등이 한 발짝도 나가기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민주당과 협치를 하느냐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말이 나온다. 당장 새 정부 출범의 첫 단계인 초대 총리 인준이나 정부조직법 개정에 민주당 협조가 필요하다. 윤 후보가 공약으로 내건 여성가족부 폐지의 경우, 민주당뿐 아니라 정의당도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 등 야당과 파트너십을 형성하면서 다른 공약들도 하나씩 풀어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 후보는 이번 대선 유세 때마다 ‘협치’를 언급했다. 그는 “민주당에서도 이재명 세력에 의해 내몰린 양식 있는 훌륭한 정치인이 많다. 그들과 멋지게 협치하겠다”며 “과거 김대중 정부 때도 79석으로 집권해서 거대 야당을 상대했다. 헌법 가치를 모두가 진정성 있게 공유한다면 얼마든지 협치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는 민주당의 중도·온건파 의원들과 협력을 모색하겠다는 뜻이다.
아울러 윤 후보가 “국민의당과 신속하게 합당해 정치 철학과 진영을 더 넓히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만큼 국민의당과의 합당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3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후보 단일화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면서 “저희 두 사람이 함께 만들고자 하는 정부는 미래지향적이며 개혁적인 국민통합정부”라고 했다. 국민의힘의 호남 출신 인사는 “윤 후보가 여야를 아우를 수 있는 각료들을 물색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윤 후보가 공약한 임대차 3법 개정이나 대출 규제 완화 등은 협상 여하에 따라 민주당과의 협치를 끌어낼 수 있는 접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오는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명분 없는 반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에서 패한 민주당이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내건 공약에 반대만 할 경우 지방선거에서 다시 심판받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