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새벽 당선이 유력해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과거 대통령 당선인들과 달리 공동 주거 시설인 주상 복합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호·보안 등 취약점 때문에 그가 당선되면 취임 때까지 청와대 인근 안가(安家·안전 가옥)로 거처를 옮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윤 후보는 5월 10일 취임식 때까지 서울 서초동 자택에 머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당선이 확실시된 후 서울 서초구 자택앞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03.10 /남강호 기자

윤 후보 측근은 9일 본지 통화에서 “경호 문제, 정권 인수 작업의 효율성 등을 이유로 거처 이전을 제안했지만, 윤 후보는 ‘대통령 권위를 내려놓고 시민에게 다가가겠다’고 수차례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며 “윤 후보 성향상 거처를 옮기지 않더라도 업무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2007년 대선이 끝나자 이틀 뒤 아내 김윤옥 여사와 함께 서울 종로구 가회동 한옥에서 서울 삼청동 안가로 거처를 옮겼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은 안가를 쓰지 않고 원래 살던 서울 명륜동 자택에 취임 때까지 머물렀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에 머물렀다. 다만 노·박 전 대통령 자택은 단독주택이었다. 국민의힘 한 인사는 “윤 후보 자택은 700세대가 넘는 주상 복합 아파트이기 때문에 경호나 보안상 취약점이 있다”며 “대통령 경호처가 사저에 머무는 것을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윤 후보가 청와대 해체까지 공약한 터라 지금 자택을 계속 사용하겠다고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은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삼청동 금융연수원은 이명박·박근혜 당선인 인수위도 이용했다. 노무현 당선인 인수위는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를 썼다. 행안전부는 정부세종청사 인근에 인수위 사무실을 설치하는 방안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윤 후보 측은 “세종은 청와대, 정부서울청사와 너무 멀기 때문에 정권 인수 작업이 어렵다”고 했다.

윤 후보 집무실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이 유력하다고 한다. 그를 보좌할 비서실도 함께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금감원 연수원은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와 200여m 정도 거리여서 정부 업무 보고를 받기에 쉽다”고 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당선인 집무실로 금감원 연수원을 이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