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은 최근 주요 선거에서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2030세대와 호남, 서울 민심이 달라지면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0.72%포인트로 승패가 갈릴 정도로 여야(與野) 지지층이 총결집하며 강하게 충돌한 이번 대선 이후에도 당분간 2030세대와 호남, 서울의 표심(票心)이 각종 선거에서 여야 간 승부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2030세대, 與 텃밭에서 스윙보터로
2030세대는 승부의 열쇠를 쥔 ‘스윙보터’로 선거 기간 내내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역대 대선과 총선 등에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했지만, 20대 대선을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선 윤석열 당선인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접전 승부를 펼쳤던 결과가 많았다. 9일 투표 직후 지상파 방송 3사가 발표한 출구조사에서 윤 후보와 이 후보는 20대(45.5% 대 47.8%)와 30대(48.1% 대 46.3%)에서 초접전이었다. 2년 전 총선에선 민주당이 미래통합당을 20대(56.4% 대 32.0%)와 30대(61.1% 대 29.7%)에서 두 배가량의 차이로 압도했던 것과 확연하게 달라졌다. 그러나 2030세대 내부적으로는 남성은 윤 당선인, 여성은 이 후보로 몰리는 현상도 벌어졌다. 김지연 케이스탯리서치 대표는 “이번에 2030세대는 남녀 표심이 엇갈리긴 했지만, 그동안 민주당 기반층이던 이들이 스윙보터로 달라진 것은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고 했다.
◇'7전 6패’ 서울, 부동산 실정이 표심 갈랐다
서울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일곱 번 대선에서 2007년 이명박 후보의 승리를 제외하면 보수 정당이 7전 6패로 열세 지역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윤 당선인은 서울에서 50.6% 득표율을 기록하며 이재명 후보(45.7%)를 4.8%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서울의 25개구 가운데 전통적으로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강했던 강남 지역을 포함해 14개 구에서 득표율이 더 높았다. 2017년 대선에선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모든 구에서 승리했고, 2012년 대선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강남 3구와 강동, 용산 등 5개 구에서만 승리한 것과 비교하면 서울 표심의 변화가 컸다.
서울 표심의 변화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 윤 당선인은 강남 지역 외에 동작, 영등포, 양천, 마포, 용산, 성동, 광진, 동대문, 종로구에서도 이겼다. 대부분 부동산 폭등과 현 정부의 종부세 강화에 유탄을 맞은 지역이다.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진 서울의 20대와 30대 상당수가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지지를 바꾼 결과로 해석된다. 장호원 칸타코리아 부장은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이번 대선도 서울은 부동산 문제가 핵심 이슈였다”며 “만약 새 정부도 부동산 정책의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면 서울 유권자는 언제든지 마음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호남권, 보수 정당 후보 득표율 사상 최고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호남 지역 득표율은 광주(12.7%), 전남(11.4%), 전북 14.4% 등이었다. 이재명 후보가 기록한 광주(84.8%), 전남(86.1%), 전북(83.0%)에 비해선 크게 열세였다. 하지만 윤 당선인의 호남 3개 지역 합산 득표율 12.8%는 역대 대선에서 보수 정당 후보 가운데 최고 기록이던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10.5%보다 2.3%포인트 높았다. 여전히 호남표가 민주당에 90% 가깝게 쏠렸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공언한 목표치 30%엔 한참 미달했지만, 보수 정당으로선 앞으로 서진(西進) 정책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 사인이란 해석이 나왔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5·18 민주묘지 ‘무릎 참배’를 시작으로 이 대표 등의 잇단 ‘호남 표밭 다지기’의 영향이 있었다는 평가다. 윤 후보는 ‘전두환 찬양 발언’ 등으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대형 복합 쇼핑몰 유치’ 공약으로 ‘민주당 기득권’을 비판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역대 선거에선 호남 지역주의가 견고했지만 조금씩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무조건 민주당이나 지역 출신 인사만을 고집하는 성향은 향후 선거에서도 약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