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가 10일 대규모 당직 개편을 예고했다. 이 대표는 이날 권영세 사무총장 후임으로 한기호 의원을 내정한 데 이어 다음 주쯤 당대표 비서실장, 전략기획부총장, 여의도연구원장, 중앙연수원장 등에 대한 인사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서범수 의원이 맡고 있는 당대표 비서실장을 교체하고, 권영세 총장과 함께 전략기획부총장에 임명됐던 이철규 의원의 후임자를 물색 중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의원은 대선이 마무리돼 물러났고, 서 의원은 6월 지방선거 때 울산시장에 도전하겠다는 뜻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에선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도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여의도연구원장은 지상욱 전 의원이 맡고 있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대선 때 당무 우선권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내줬던 이 대표가 다시 당무 주도권 회복에 나섰다”는 말이 나온다. 윤 당선인이 취임하면 맞이할 ‘37세 0선’ 집권당 대표로서 당 다잡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윤 당선인은 이날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대통령이 된 저는 모든 공무원을 지휘하는 입장이기에 당의 사무와 정치에는 관여할 수 없다”며 당·정 분리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권영세 의원이 사무총장에서 사임하자 곧바로 한기호 의원을 신임 사무총장으로 내정했다. 한 의원은 작년 6월 당 사무총장에 임명됐다가 11월 5일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서 물러났다. 이 대표가 다시 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복귀시킨 것이다. 이를 두고 6·1 지방선거 공천이나 국민의당과의 합당 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이 대표가 당 대 당 통합 협상이나 공천 실무를 담당할 가능성이 있는 사무총장에 믿을 만한 사람을 앉히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이 대표는 이르면 다음 주쯤 당 대변인을 선발하는 ‘토론배틀’ 참가자 모집 공고도 낼 계획이다. 토론배틀은 이 대표가 지난해 당대표 경선 때 ‘공정한 경쟁’을 주장하며 내걸었던 1호 공약이었다. 이 대표는 취임 직후 토론배틀로 대변인 2명과 부대변인 2명을 선발했다. 이들 임기가 곧 만료돼 후임 대변인들을 다시 토론배틀로 뽑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국민의힘에선 “대선 결과에 대한 책임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이 대표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호남 30% 득표율을 목표로 제시했다. 또 ‘세대 포위론’을 내걸고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 공략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대선 개표 결과 윤 당선인은 광주광역시에서 12.7%, 전남 11.4%, 전북 14.4%를 기록했다. 또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에선 58.7%를 얻었지만 20대 여성에선 33.8% 득표율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이 대표의 전략 실패로 낙승이 예상됐던 대선이 박빙으로 결론 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 당선인이 역대 어느 보수 후보보다 호남에서 선전했고 지난 총선까지 진보로 기울었던 2030 세대가 진보와 보수로 균형을 이루게 된 데는 이 대표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 의원은 “이 대표는 결과적으로 선거를 승리로 이끈 당대표”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이날 저녁 광주로 내려가 시민들에게 퇴근길 인사를 했다. 이 대표 측 인사는 “앞으로도 호남에 대한 구애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