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여론조사보다 훨씬 좁은 격차(0.7%포인트차)로 신승하자 이준석 대표의 ‘이대남(20대 남성) 공략’ 작전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20대 여성의 민주당 결집을 불러온 실패작’이라는 주장이었는데, 주로 여권(與圈) 스피커들 입에서 비판이 나왔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윤 후보는 20대 이하 남성에서 58.7%의 지지도를 보이며 36.3%를 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큰 차이로 제쳤다. 그러나 20대 이하 여성에서는 이 후보 58.0%, 윤 후보 33.8%의 지지도를 각각 기록하며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20대 이하 전체에서 이 후보는 47.8%, 윤 후보는 45.5%의 지지를 얻었다.
그런데 공격은 정작 야권 내부가 아닌, 여권과 친여 매체에서 집중적으로 나온다. 방송인 김어준씨가 시작이었다. 그는 10일 아침 방송에서 “이재명 캠프 입장에서 마지막 기대했던 게 2030 여성표 결집이었고, 실제 결집이 이뤄지긴 했다”고 했다. 또 “젊은 세대 젠더 이슈를 선거전략으로 삼은 건 우리 사회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고 했다. 한 친여매체는 “20대 여성들이 표로 응징했다”고도 했다.
강훈식 민주당 전략기획본부장은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이준석 대표가 집권여당 대표가 되는 것에 여성의 두려움이 있다. 그런 것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MBC와 YTN도 ‘윤 후보가 더 큰 표차로 이길 수 있었는데, 이대남 공략 때문에 표 차가 적었다’는 취지의 방송을 내보낸다.
실제로 ‘20대 이하 여성’이 과거엔 보수정당(국민의힘 전신들)에 많은 표를 줬을까. 재작년 총선의 경우 미래통합당은 20대 이하 남녀 모두로부터 여당에 못미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당시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이하 여성은 여당에 63.6%, 미래통합당에는 25.1%의 표를 줬다.
해당 연령대에선 남성 40.5%가 미래통합당에 표를 줬는데, 이 역시 여당의 해당 연령대 득표율(47.7%)에 못미친 수치였다. 결과적으론 이번 대선에서 2년 대비 ‘이대남’은 물론 ‘이대녀’로부터도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대표가 주장해온 ‘호남 득표 전략’도 비슷한 상황이다. 윤 후보가 광주광역시에서 기록한 득표율 12.72%는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보수정당 후보가 해당 지역에서 기록한 가장 높은 지지율이다. 그런데도 ‘30%를 넘지 못했다’는 비난이 나온다.
이전 최고 지지율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8.59%였다. 이 대표는 선거에서 이기자마자 광주광역시를 찾아가 길거리 시민을 상대로 감사 인사를 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 대표가 현 여권 텃밭이었던 젊은 여성과 호남을 공격적으로 파고들어 성과를 냈으니, 여권 입장에선 눈엣가시일 것”이라며 “여기에 진중권 전 교수 등 진성 진보주의자들은 그들대로 신념에 따라 이 대표 비판에 동참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비판을 단순히 ‘정치 공세’로만 치부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전략이 나빴다는 게 아니다. 문제는 태도와 표현 방식”이라고 했다.
그는 “지지율 격차가 크다고 기세를 올리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게 지나친 나머지 유권자들에게 너무 오만하게 비친 측면이 있다”며 “반면 민주당은 후보, 지지자할 것없이 선거 당일 투표 종료시각까지 간절하게 뛰었다”고 했다. 또 “더욱이 이대녀를 필요 이상으로 자극해 심상정 정의당 후보 표까지 이 후보에게 간 흔적도 투표 결과에서는 나타난다”고 했다.
젊은 여성층에서 이 대표의 ‘비호감’ 이미지가 강한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남편과 맞벌이를 하는 회사원 이모(34·서울 송파구)씨는 “양자 선택이라 어쩔 수 없이 윤 후보를 찍었지만, 이준석 대표의 발언을 볼 때마다 ‘2번’에 부정적 감정이 들었던 건 사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