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여야 각 정당의 6·1 지방선거 공천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컷오프(공천 배제)된 후보들의 반발로 전국 곳곳에서 공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재심 청구나 단식 농성 등 단순한 반발에 그치지 않고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택하는 유력 후보들도 있어 공천 후폭풍이 본선 판세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울산광역시장 선거다. 국민의힘 박맹우 전 울산시장은 최종 경선 후보에서 탈락하자 지난 14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3선 울산시장을 지낸 박 전 시장은 “여론조사에서 줄곧 당내 후보 중 1위를 했고, 범죄 이력 등 결격 사유도 없는데 중도 탈락했다”며 “공천관리위원회의 잘못된 결정을 수용할 수 없어 무소속 출마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탈당계를 낸 그는 18일 흰옷을 입고 본격적으로 거리 유세에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김두겸 전 울산 남구청장, 서범수 국회의원,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 등 3명이 경선을 해 최종 후보를 정한다.

박 전 시장은 4월 2~3일 울산 지역 일간지 경상일보가 울산 유권자 10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울산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 7명 중 25.2%로 1위를 차지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결정된 송철호(22%) 현 울산시장과 치른 가상 양자 대결에서도 박 전 시장은 지지율 22.3%로 접전 양상을 보였다.

박 전 시장이 무소속 출마를 결정하면서 울산 시장 선거 판세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은 4년 전 6·13 지방선거에서 울산에서 시장뿐 아니라 다섯 구·군 단체장 자리를 모두 가져갔다. 국민의힘은 2018년 지방선거 때 청와대가 송철호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개입했다는 의혹인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의 영향으로 이번 선거에서는 반드시 울산시장 자리를 탈환할 수 있다고 벼르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후보와 민주당 송철호 시장의 양자 대결 구도가 깨지고 3파전이 되면서 변수가 생겼다. 승패를 점치기 더 어렵게 된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 쪽에서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한 국민의힘 청년당원은 “당초엔 민주당 일부 당원조차도 울산은 국민의힘이 이길 것이라고 봤는데, 공천 후유증이 생기면서 민주당만 좋은 일 한 것 같다”고 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 성향 후보가 분열하고, 진보 정당이 후보를 내지 않으면 민주당이 유리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국민의힘의 한 당직자는 “박 전 시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더라도 본선에서는 결국 국민의힘 후보로 지지층이 결집할 것으로 예상돼 큰 변수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대전시장과 강원지사 후보 공천 과정에서도 파열음이 일었다. 대전시장 후보 경선에서 컷오프된 국민의힘 박성효 전 대전시장은 “무자비한 공천 학살”이라고 반발하며 재심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불출마를 선택했다. 박 전 시장은 19일 “지지자들은 무소속 출마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불출마를 선언한다”고 했다. 강원지사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을 신청했다가 컷오프당한 김진태 전 의원은 단식 농성까지 했다. 결국 국민의힘 공관위는 김 전 의원의 재심 신청을 받아들여 황상무 전 KBS 앵커와 경선을 치르도록 했다.

민주당은 전북지사 공천 과정에서 홍역을 앓았다. 3선에 도전했던 송하진 현 전북지사는 각종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렸지만 지난 14일 컷오프되자 “시스템 공천을 천명한 민주당 공관위가 나를 배제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하지만 결국 18일 “당을 떠나는 정치는 하고 싶지 않다”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민주당 전북도지사 경선은 김관영 전 국회의원과 김윤덕·안호영 국회의원 3명으로 치러진다.

민주당의 텃밭인 전남 지역 기초단체장 선거도 공천 후유증을 겪고 있다. 전남에서는 공천에서 배제된 민주당 소속 현역 단체장이 잇따라 무소속 출마에 나섰다. 이 때문에 민주당과 무소속 후보끼리 각축을 벌이는 구도가 형성됐다. 민주당 전남도당 공천 심사에서 컷오프된 김산 전남 무안군수는 18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유두석 전남 장성군수도 민주당의 공천 배제에 불복해 탈당계를 내고 무소속으로 옷을 바꿔 입고 19일 출사표를 냈다. 인지도와 경쟁력이 만만치 않은 현역 단체장이 무소속 후보로 나서면서 ‘민주당’ 깃발만 꽂아도 당선이 됐던 전남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혼전이 펼쳐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