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다 취재진과 만나 최근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경북대병원장 재직 당시 이용제한 시간을 어기고 심야 시간에 술집과 식당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던 시기도 사용기록에 포함됐다.

21일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북대병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7년 8월부터 2020년 8월 사이의 정 후보자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지난 2019년 2월 14일 오후 11시 42분 12만원, 2020년 3월 10일 오후 11시 31분 10만원을 각각 같은 식당에서 결제했다. 법인카드는 오후 11시부터 오전 5시까지 사용이 금지된다. 업무추진비의 부적절한 사용을 막기 위해서다.

해당 사용 내역은 정 후보자가 경북대 법인카드 사용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이후에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정 후보자가 병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18년 8월 경북대병원은 법인카드 사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병원이 발표한 공공기관 혁신계획에는 2019~2022년 장기 계획으로 “일상감사 및 정기감사 시 법인카드 사적 이용 등 사익 추구 행위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고 청탁금지법에 위배되는 것이 없는지 철저한 감시 활동”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2017년 6월 경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부교수 등 72명이 168차례에 걸쳐 총 1981만7000원을 주점에서 쓰거나 심야시간대에 사용해 교육부 감사에서 지적을 받은 이후 마련한 대책이다. 당시 정 후보자는 병원장 직무대행으로 근무했다.

정 후보자는 2020년 2월 신천지 대구교회 관련 확진자가 처음 나온 이후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해 의료진들이 사투를 벌이던 당시 늦은 시간에 식당에서 최대 49만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하기도 했다. 법인카드 사용 금지시간에 사용한 2020년 3월 10일 결제분 외에도 같은달 16일 오후 9시 57분 식당에서 22만 2000원, 같은달 19일 오후 9시 50분 다른 식당에서 49만 원을 결제했다.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 측은 해당 의혹들에 대해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9년 10월 부적절한 유흥시설뿐 아니라 주점과 상품권, 홈쇼핑 등에서 법인카드 결제가 자동으로 거부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법인카드 내역에 나온 식당 등은 식품위생법상 ‘일반음식점’ 등으로 분류된 곳”이라고 밝혔다. 이어 “병원장 재직 기간 3년 동안 밤 11시 이후에 사용한 내역은 2건으로 총 22만원”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가 급증하던 시기의 늦은 시간대 법인카드 사용 내역에 대해선 “외부 사람들과 먹은 것이 아니다”라며 “당시 늦게까지 회의를 하는 등 밤샘을 하며 식사도 하지 못한 병원 직원들과 함께 식사한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