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경기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2일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출마를 권유하자 안 위원장도 이를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보궐선거 차출설이 나오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경기지사는 인천 계양을 출마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분당갑은 국민의힘, 계양을은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꼽히는 선거구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에서 '디지털 플랫폼 정부로 달라지는 대한민국'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5.2 /인수위사진기자단

안 위원장 측 인사는 본지 통화에서 “안 위원장은 3일 윤석열 정부 국정 과제 발표를 마치고 인수위 활동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면 분당갑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이 인사는 “안 위원장이 당과 지지자들의 요청을 피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자기 출마가 국민의힘 지방선거 승리에 도움이 된다면 출마를 결심할 것으로 안다”고 했다. 분당갑은 이 선거구 현역 의원이었던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가 지방선거에 출마하면서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안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분당갑 출마 문제가 거론되자 “내일 대국민 국정 과제 발표회가 있다. 지금은 그것에만 집중하고 있다”면서 즉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전날 안 위원장을 만나 분당갑 출마를 권한 것으로 알려져 안 위원장도 결심을 굳힌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장 실장은 “안 위원장이 자신의 정치적 진로에 대해 (조만간) 말씀하실 것”이라고 했다.

안 위원장 측근들은 최근 들어 주변에 안 위원장의 분당갑 출마 명분을 적극 알리고 있다. 한 측근은 “분당갑 선거구에 있는 판교에는 안 위원장이 창업한 ‘안랩’이 있고, 안 위원장이 분당갑 보선에 뛰면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와 함께 경기 지역 지방선거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안 위원장이 정치적 장래를 위해 조기에 원내에 진입해 국민의힘 내 기반을 닦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분당갑 공천 신청은 2~3일 이틀간 진행된다. 그러나 안 위원장이 인수위원장을 맡은 점을 고려해 그가 출마를 결심하면 경선 없이 전략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민의힘 일각에서 나온다. 그러나 분당갑 공천을 신청한 박민식 전 의원(윤 당선인 특보) 측은 경선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준석 당대표도 분당갑 공천에 대해선 “경선이 원칙”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안 위원장 출마를 두고 당내 잡음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한때 분당갑 출마 가능성이 거론됐던 민주당 이재명 전 경기지사는 같은 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의원직을 사퇴해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인천 계양을 차출설이 거론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전 지사가 현실 정치로 복귀하기 위한 첫 단계부터 당선이 불확실한 곳에서 도박할 이유가 없다”며 “상당수 당원도 이 전 지사의 조기 등판을 강하게 요구하는 만큼 안정적으로 이길 수 있는 계양을이 유력한 출마 지역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 거론됐던 ‘이재명·안철수’ 맞대결은 성사될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두 당 일각에선 “대통령을 목표로 한 인사들이 험지(險地)를 피해 텃밭에서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들어오려 한다는 시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두 당 내 반대 그룹에서 두 사람이 맞대결을 벌이라는 요구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