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경기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2일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출마를 권유하자 안 위원장도 이를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보궐선거 차출설이 나오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경기지사는 인천 계양을 출마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분당갑은 국민의힘, 계양을은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꼽히는 선거구다.
안 위원장 측 인사는 본지 통화에서 “안 위원장은 3일 윤석열 정부 국정 과제 발표를 마치고 인수위 활동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면 분당갑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이 인사는 “안 위원장이 당과 지지자들의 요청을 피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자기 출마가 국민의힘 지방선거 승리에 도움이 된다면 출마를 결심할 것으로 안다”고 했다. 분당갑은 이 선거구 현역 의원이었던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가 지방선거에 출마하면서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안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분당갑 출마 문제가 거론되자 “내일 대국민 국정 과제 발표회가 있다. 지금은 그것에만 집중하고 있다”면서 즉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전날 안 위원장을 만나 분당갑 출마를 권한 것으로 알려져 안 위원장도 결심을 굳힌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장 실장은 “안 위원장이 자신의 정치적 진로에 대해 (조만간) 말씀하실 것”이라고 했다.
안 위원장 측근들은 최근 들어 주변에 안 위원장의 분당갑 출마 명분을 적극 알리고 있다. 한 측근은 “분당갑 선거구에 있는 판교에는 안 위원장이 창업한 ‘안랩’이 있고, 안 위원장이 분당갑 보선에 뛰면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와 함께 경기 지역 지방선거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안 위원장이 정치적 장래를 위해 조기에 원내에 진입해 국민의힘 내 기반을 닦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분당갑 공천 신청은 2~3일 이틀간 진행된다. 그러나 안 위원장이 인수위원장을 맡은 점을 고려해 그가 출마를 결심하면 경선 없이 전략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민의힘 일각에서 나온다. 그러나 분당갑 공천을 신청한 박민식 전 의원(윤 당선인 특보) 측은 경선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준석 당대표도 분당갑 공천에 대해선 “경선이 원칙”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안 위원장 출마를 두고 당내 잡음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한때 분당갑 출마 가능성이 거론됐던 민주당 이재명 전 경기지사는 같은 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의원직을 사퇴해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인천 계양을 차출설이 거론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전 지사가 현실 정치로 복귀하기 위한 첫 단계부터 당선이 불확실한 곳에서 도박할 이유가 없다”며 “상당수 당원도 이 전 지사의 조기 등판을 강하게 요구하는 만큼 안정적으로 이길 수 있는 계양을이 유력한 출마 지역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 거론됐던 ‘이재명·안철수’ 맞대결은 성사될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두 당 일각에선 “대통령을 목표로 한 인사들이 험지(險地)를 피해 텃밭에서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들어오려 한다는 시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두 당 내 반대 그룹에서 두 사람이 맞대결을 벌이라는 요구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