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도시락 드시고 꼭 투표하세요” - 3일 오전 부산 동래구 움트리나눔센터 무료급식소에서 부산시 선관위 직원들이 소외계층에게 전달할 ‘601(6월1일 지방선거) 행복나눔 선거도시락’을 포장하고 있다. /김동환 기자

6·1 지방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수도권 지방 권력의 풍향계가 될 수 있는 서울 구청장 선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청을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2년 뒤 총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구청장 선거는 전통적으로 시장 선거를 이기는 쪽에서 ‘싹쓸이’하는 경우가 많았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은 자치구 25곳 중 서초구를 제외한 24곳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지난해 오세훈 시장의 보궐선거 압승과 올 3월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로 판세가 4년 전과는 상당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3일 현재까지 총 20구의 구청장 후보를 확정했다. 현역 구청장 중에서는 김미경(은평), 김선갑(광진), 김수영(양천), 류경기(중랑), 박성수(송파), 박준희(관악), 서양호(중구), 오승록(노원), 유성훈(금천), 정순균(강남), 정원오(성동), 채현일(영등포) 등 12명이 후보로 다시 뽑혔다. 현역 구청장을 앞세워 조직력과 인물론으로 승부한다는 것이다. 아직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곳은 성북, 마포, 구로, 동작, 서초구다.

국민의힘은 18곳의 구청장 후보를 확정했다. 전직 국회의원 출신도 이성헌(서대문), 정문헌(종로), 정태근(성북) 3명이 포함됐다. 또 서울시 고위 간부 출신인 강맹훈 전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성동), 서강석 전 서울시 인재개발원장(송파), 김경호 전 서울시의회 사무처장(광진) 등을 내세웠다. 인지도가 높은 정치인과 관료를 앞세워 민주당의 조직력을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서초·강남·강동·구로·중랑·영등포·강서 7곳의 공천을 남겨두고 있다.

역대 지방선거 서울 구청장 선거 결과

양당은 일단 지난 대선의 서울 개표 결과를 토대로 선거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당선인은 서울 14구(종로, 중구, 용산, 성동, 광진, 동대문, 마포, 양천, 영등포, 동작, 서초, 강남, 송파, 강동)에서 승리했고, 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는 11구(중랑, 성북, 강북, 도봉, 노원, 은평, 서대문, 강서, 구로, 금천, 관악)에서 이겼다. 두 사람의 서울 지역 표 차는 4.8%포인트였다. 민주당이 25구에서 전패한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의 격차(18.3%포인트)보다는 줄어들었다.

민주당은 일단 구체적인 서울 구청장 목표치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인 기동민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지금은 언급할 상황이 아니다”라고만 했다. 당 차원에서 목표를 24곳보다 낮게 잡으면 당장 현역 구청장들이 반발할 것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지난 대선을 기준으로 11곳 수성을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난 대선에서 윤 당선인에게는 졌지만, 정의당 후보였던 심상정 의원의 표를 합해 진보가 우위를 보였던 종로, 광진, 동대문, 마포 등 4곳에서의 선전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으로 넘어갔던 마포·동대문 등을 되찾으면 선전한 것”이라며 “부동산 관련 민심이 온전히 회복되진 않은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나 한 서울 지역 의원은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민주당의 약세가 계속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10곳만 수성해도 성공”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시장부터 구청장, 시의원까지 같은 정당을 찍는 ‘줄투표’ 성향이 강한 지방선거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이 장고 끝에 인천시장을 지낸 송영길 후보를 내세웠기 때문에 서울시민의 호감을 사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오 시장이 송 후보에게 20%포인트까지 격차를 벌리고 있다”며 “실제 투표에서 이 정도 격차가 나면 지난 대선에서 이겼던 14구 중 최대 4~5개 구청장 자리를 더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꼽히는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도 노원은 1.7%포인트, 도봉은 3.2%포인트 격차밖에 나지 않았다. 서대문도 0.9%포인트, 구로도 2.2%포인트 등 아슬아슬하게 윤 당선인이 졌다. 국민의힘은 이 구들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이준석 대표도 본인이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노원에서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알려졌다.